위선 4

위선을 긍정한다

나는 스포츠 중에서 PBA에서 주관하는 프로 당구 시합 중계를 즐겨 본다. 올해 PBA 2차 투어가 지난주에 안산에서 열렸는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결승전이 끝나고 해프닝이 있었다. 여자 우승자인 스롱 피아비(캄보디아)와 남자 우승자인 쿠드롱(벨기에)이 같이 기념사진을 찍을 때였다. 스롱이 가까이 해서 찍자고 신호를 보내니 쿠드롱이 고개를 젓는 게 화면에 보였다. 머쓱해진 스롱도 다가섰다가 반 발짝 정도 떨어졌다. 서로 미소는 지었지만 어색한 장면이었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스롱이 지인에게 불만을 털어놓았고, 화가 난 지인이 쿠드롱에게 가서 인종차별이 아니냐고 항의를 했다. 쿠드롱은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돌아가버렸다. 며칠 지나 PBA에서는 두 선수에게 주의를 주고, 물의를 일으킨 지인은 시합장..

길위의단상 2023.07.16

장자[204]

그자는 노나라 협잡꾼 공구가 아니냐? 내 말을 그대로 전해라. 너는 함부로 문왕, 무왕을 팔며 거짓말을 지어내고 나뭇가지 같은 관을 쓰고 죽은 쇠가죽으로 띠를 두르고 번다한 요설을 꾸며 밭 갈지 않고 베 짜지 않으면서 호의호식한다. 혀와 입술을 놀려 제멋대로 옳고 그름을 만들어 천하의 임금을 홀리고 천하의 선비를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그릇된 효제를 지어내어 요행으로 벼슬과 부귀를 노리는 자이니 너의 죄는 크고 지극히 막중하다. 빨리 돌아가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네 놈의 간을 내어 점심 반찬으로 먹으리라. 此夫魯國之巧僞人孔丘非邪 爲我告之 爾作言造語 妄稱文武 冠枝木之冠 帶死牛之脅 多辭繞說 不耕而食 不織而衣 搖脣鼓舌 擅生是非 以迷天下之主 使天下學士 不反其本 妄作孝悌 以僥幸於封侯富貴者也 子之罪大極重 ..

삶의나침반 2012.04.22

왜 나는 순수한 민주주의에 몰두하지 못할까 / 마광수

노예들을 방석 대신으로 깔고 앉는 옛 모로코의 왕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날 밤 나는 잠을 못 잤다. 노예들의 불쌍한 모습에 동정이 가다가도 사람을 깔고 앉는다는 야릇한 쾌감으로 나는 흥분이 되었다. 내겐 유일한 자유, 징그러운 자유인 죽음 같은 성욕이 나를 짓눌렀다. 노예들이 겪어야 하는 원인모를 고통에 분노하는 척 해보다가도 은근히 왕이 되고 싶어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역시 내 눈 앞에는 왕의 화려한 하렘과 교태부리는 요염한 시녀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 얄미운 욕정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나는 온갖 비참한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굶어 죽어가는 어린아이의 쾡한 눈 쓰레기통을 뒤지는 거지 할머니, 그런데도 통 마음이 가라앉질 않는다. 왕의 게슴츠레한 눈과 피둥피둥 살찐 쾌락들이 머..

시읽는기쁨 2010.08.02

악어의 눈물

‘악어의 눈물’이란 말이 있다. 악어가 먹이를 삼킬 때 입을 크게 벌리는데 이때 눈물샘이 자극되어 눈물이 나오게 된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악어가 자신이 잡아먹는 먹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여겨서 거짓과 위선을 상징하는 눈물이 되었다. 얼마 전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한 정치인의 눈물을 두고도 언론에서 이런 표현이 쓰였다. 인간의 자선행위도 근원적인 면에서 본다면 이런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악어의 눈물에 해당되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어려운 사람이 소개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들의 처지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동정한다. 그리고 ARS 전화를 눌러 천원을 기부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한다. 그러나 똑 같은 사람이 복지제도를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흥분하며 ..

길위의단상 2007.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