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지 않은 곳이 은행과 병원이다. 은행 출입 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어쩌다 들르게 되면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다. 기계 앞에서 버튼을 누르든, 대기 번호표를 뽑은 뒤 불려나가든 마찬가지다. 은행은 거대한 컴퓨터 같다. 창구 직원도 컴퓨터 단말기의 한 키로 보인다. 컴퓨터가 계산해주는 숫자에 의해 내 생활이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 나쁘다. 무언가에 의해 내 삶이 조종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은행에 있으면 그냥 초라해진다.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은행을 들락거리지 않으려 한다. 현대식 병원도 그렇다. 퇴직을 한 뒤 어쩔 수 없이 D 병원에서 장 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었다. 최신 시설을 갖춘 전문병원이었는데 접수에서부터 검사까지 겉으로는 친절하고 완벽했다. 그러나 너무 쓸쓸하고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