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2

은행과 병원

가고 싶지 않은 곳이 은행과 병원이다. 은행 출입 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어쩌다 들르게 되면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다. 기계 앞에서 버튼을 누르든, 대기 번호표를 뽑은 뒤 불려나가든 마찬가지다. 은행은 거대한 컴퓨터 같다. 창구 직원도 컴퓨터 단말기의 한 키로 보인다. 컴퓨터가 계산해주는 숫자에 의해 내 생활이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 나쁘다. 무언가에 의해 내 삶이 조종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은행에 있으면 그냥 초라해진다.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은행을 들락거리지 않으려 한다. 현대식 병원도 그렇다. 퇴직을 한 뒤 어쩔 수 없이 D 병원에서 장 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었다. 최신 시설을 갖춘 전문병원이었는데 접수에서부터 검사까지 겉으로는 친절하고 완벽했다. 그러나 너무 쓸쓸하고 공..

참살이의꿈 2011.06.27

2006 노벨 평화상 - 그라민 은행

“'가난'이란 말은 의미를 상실하고, 다만 역사적 의미로만 존재했으면 하고 소망한다. 가난은 박물관에나 전시되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 있고, 문명화된 세계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박물관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이 과거의 유물을 보면서 지난 시대에 창궐했던 끔찍한 모습을 떠올리며 치를 떨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들은 21세기 초두에 이르도록 조상들은 어째서 그런 처참한 불행을 그대로 방치하였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Grameen) 은행의 창립자인 유누스(M. Yunus)의 말이다. 유누스는 그라민 은행을 통해 ‘가난 없는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남아도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고민하는 나라가 있고, 한 쪽에서..

길위의단상 200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