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3

물의정원 산책

신현회 넷이 모여 물의정원을 한 시간 정도 산책하다. 원래는 예봉산 등산 예정이었지만 내 발이 온전치 못한 관계로 가벼운 한강변 걷기로 바꾸다. 물의정원 공원은 아직 꽃양귀비가 피기 전이라 꽃밭은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더없이 청명한 날이다. 언제 미세먼지 걱정이 있었나 싶다. 비 내린 뒤 연사흘 이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자꾸 심호흡이 깊어진다. 발걸음 가볍다. 그끄저께까지 내린 비로 팔당호 물은 많이 불어나 있다. 애기똥풀이 군데군데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강에 시멘트 바르는 일 말고 이런 수변 공원화 사업은 아주 고맙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새삼 감탄한다. 늘 이래야 정상 아닐까. 예전에 이곳에는 용진나루터가 있었다. 남양주 조안면 송촌리와 강 건너 양평을 연결하는 나루터다. 조선시대..

사진속일상 2018.05.21

송촌리 은행나무

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한음 이덕형(李德馨, 1561~1613) 선생의 별서터다. 선생은 45세 되던 1605년에 부친을 모시고 이곳으로 내려왔다. 집과 정자 두 개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정자 하나만 복원되어 있다. 그리고 선생이 직접 심었다고 전해지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400년 세월을 지나 말없이 서 있다. 하마석으로 쓰인 노둣돌도 남아 있다. 옆에는 친절하게 말 조각상을 세워 놓았으나 어딘지 생뚱맞아 보인다. 나무는 상당히 노쇠하다. 겨울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가 보다. 선생은 두 나무를 심으면서 한 그루는 오성, 다른 그루는 한음이라고 여기면서 다시 만나길 간절히 기원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는 역사 야사로 재미있게 읽었다. 별서는 찾아볼 길 없는데 은행나무와 노둣돌이 그때의..

천년의나무 2014.02.18

수종사에서

감기 미열이 남아있지만 가까운 수종사(水鐘寺)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일주문 바로 앞에까지 차를 갖다 대고 걸음은 최대한 아꼈다. 오늘 한낮은 봄기운마저 느껴질 정도여서 몸도 덩달아 나근나근해졌다. 산기슭 어딘가에 복수초라도 피어있을 것만 같았다. 어슬렁거리며 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법당에서는 누구의 삼우제를 지내는지 스님의 염불 소리가 계속 들렸다. 외래 방문객들이 몇몇 눈에 띄었을 뿐 평일의 절은 고즈넉했다. 다실인 삼정헌(三鼎軒) 앞 댓돌에는 등산화 몇 켤레가 놓여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실내 풍경이 너무 고와서 들어가기가 주저되었다. 수종사와 한음 이덕형 선생과의 인연에 대한 안내문이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바쁜 중앙정치의 와중에도 한음은 절 아래 사제촌에 머물 때 자주 수종사를 왕래..

사진속일상 201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