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 3

자야오가(子夜吳歌) / 이백

장안도 한밤에 달은 밝은데 집집이 들리는 다듬이 소리 처량도 하구나 가을바람은 불어서 그치지를 않으니 이 모두가 옥관(玉關)의 정을 일깨우노나 언제쯤 오랑캐를 평정하고 원정 끝낸 그이가 돌아오실까 長安一片月 萬戶擣衣聲 秋風吹不盡 總是玉關情 何日平胡虜 良人罷遠征 - 子夜吳歌 中 秋歌 / 李白 1936년, 함흥에서 만난 백석(白石)과 진향(眞香)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진향은 서점에서 라는 제목의 당시 선집을 사서 백석에게 보여주었다. 책을 훑어보던 백석은 미소를 머금고 진향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 당신에게 아호를 하나 지어줄 거야. 이제부터 '자야'라고 합시다!" 이렇게 해서 '자야'라는 애칭이 생겼고, 어쩌면 동진의 자야라는 여인처럼 평생을 기다리는 숙명으로 살아가도록 예정이 되었..

시읽는기쁨 2020.02.04

추포가(秋浦歌) / 이백(李白)

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 秋浦歌 / 李白 길고 길어 삼천장 흰 머리칼은 근심으로 올올이 길어졌구나 알 수 없네 거울 속 저 늙은이는 어디에서 가을 서리 얻어 왔는가 정치적 회오리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고 귀양을 가게 된 이백(李白)은 다행히 사면을 받고 추포(秋浦)에서 지낸다. 이때 그의 나이 59세였다고 한다. 병 들고 늙은 몸으로 낯선 땅에서 지내게 된 시인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백발삼천장'으로 유명한 이 시도 그 시기에 씌여졌다. 먼저 길 떠나는 친구를 보면서 인생 덧없음을 절절히 느끼는 계절이다. 살아보니 인생 별 것 아닌 것을.... 이백 선생! 백발이 삼천장이 되든 삼만장이 되든 무슨 대수겠소. 내일이면 한 줌 먼지로 사라지는 것을.... (사족 하나, '백발삼천장'은 ..

시읽는기쁨 2012.10.10

山中問答 / 조지훈

'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 가 멍석자리 쌉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낚는 맛을 자네 太古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비는 것 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老人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며 막걸리 한 잔을 따뤄 주신다. '예 이 ..

시읽는기쁨 200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