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2

정말 그럴 때가 /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 정말 그럴 때가 / 이어령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강도야 다..

시읽는기쁨 2023.06.06

생명이 자본이다

'생명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생명'과 '자본주의'라는 두 단어가 어떻게 연결될까? 지난 정권에서 만든 '녹색성장'이라는 이상한 용어와 닮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는 이어령 선생의 최근작이다. 선생은 자본주의의 황혼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제하에 생명 중심의 새로운 자본주의를 제창한다. 생명자본주의 사상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생명애(biophilia), 장소애(topophilia), 창조애(neophilia)의 세 가지 사랑을 중심 테마로 삼고 생명자본주의를 인문학적 입장에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선생은 일본의 사례를 든다. 일본에서 태풍이 불었을 때 과수원의 사과가 90퍼센트 가량 떨어졌다. 일 년 농사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다. 떨..

읽고본느낌 201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