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으로 드라이브 간 길에 임진각에 들렀다. 70년대에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적이 있었으니 거의 40년 만에 다시 찾은 셈이었다. 그때는 버스를 타고 통일로를 따라 여기까지 왔었다. 내가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즈음이었을 것이다. 월급을 모아 산 카메라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부모님 사진을 여러 장 찍어드렸다. 그런데 나중에 현상하려고 뒷 뚜껑을 열어보니 아뿔싸, 필름이 하나도 돌아가지 않았다. 초보가 필름을 잘못 장전해서 그냥 헛바퀴를 돈 것이었다. 그 뒤에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임진각 나들이가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그때의 사진이라도 남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자유의 다리도 직접 걸어볼 수 있고, 기차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도라산역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