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 5

논어[88]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은 날 때부터 곧은 것이다. 속임수로 살아나는 것은 요행으로 화를 면하는 거야." 子曰 人之生也直 罔之生也 幸而免 - 雍也 14 "성선설은 맹자, 성악설은 순자", 고등학교 다닐 때 열심히 외워서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있다. 사람은 날 때부터 곧은 것이라는 말씀을 보니 공자도 굳이 분류한다면 성선설에 속해 보인다. 사람은 천성이 곧게 되어 있으니 바르게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속임수를 부리면서도 잘 사는 것은 요행으로 화를 면한 경우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반대로 되어 있다. 공자라고 그걸 모를 리 없다. 더구나 공자 시대는 온갖 패악이 행해지던 춘추전국 시대가 아니었던가. 불의와 술수가 지금보다 더했을 것이다. 그런대로 공자의 언명은 시류를 벗어나서 원칙적이다. 인간이 가야..

삶의나침반 2014.06.24

논어[72]

선생님 말씀하시다. "말을 꾸며대며 얌전한 체 굽실굽실하는 짓을 좌구명은 수치로 여겼다. 나도 수치로 여긴다. 원한을 품은 채 친구인 체하는 짓을 좌구명은 수치로 여겼다. 나도 수치로 여긴다."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 公冶長 14 꾸미거나 위선을 떠는 삶을 공자는 싫어했다. 정직한 사람이란 겉과 속이 일치한다. 없으면서 있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싫으면서 좋은 척하는 행동은 자신을 과시하거나 또는 아부해서 이득이나 대가를 바랄 때 하는 짓이다.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사람됨의 바탕이다. 에 여러 번 나오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은 아첨과 가식을 가리키는 대명사다. 이어서 나오는 '주공(足恭)'은 과공(過恭)과..

삶의나침반 2014.03.03

논어[71]

선생님 말씀하시다. "누가 미생더러 정직하다 하는고. 어느 사람이 식초를 얻으러 온즉 이웃에서 빌려다가 주었는데...."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乞醯焉 乞諸其隣而與之 - 公冶長 13 미생(微生, 尾生)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고등학교 윤리 시간이었다. 미생이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되어도 애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강물은 점점 불어났다. 미생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각을 붙잡고 끝까지 버텼다. 그러나 머리까지 차오른 강물에 결국은 익사하고 말았다. 약속은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한다는 교훈으로 윤리 선생님은 미생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 당시의 어린 마음에 미생 일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도 아마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4.02.26

박달재 아이들 / 김시천

성배는 흔히 하는 말로 지진아다 성배의 평균 점수는 대개 20점 미만이다 그래도 성배는 제 답안지에 번호 이름을 꼬박꼬박 적어서 내고 0점을 받아도 남의 걸 훔쳐 쓰진 않는다 가끔, 보다 못한 감독선생님이 슬그머니 답을 알려 주어도 성배는 결코 그 답을 받아 쓰는 일이 없다 그냥 틀리고 만다 그런 성배 녀석이 좋다 공부 못한다고 아무도 성배를 나무라지 않는다 애시당초 시험 점수하고 성배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두들 성배의 착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일 말고 우리가 그렇게 기를 쓰며 배워야 할 게 또 무어란 말인가 성배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착하고 정직한 성배의 눈을 볼 때마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일 말고 진정 우리에게 중요..

시읽는기쁨 2005.12.20

감자 먹는 사람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어두운 색조로 하루 일을 마치고 가난한 저녁 식탁에 앉은 한 가족을 그리고 있다. 삶의 신고(辛苦)가 잔뜩 묻어있는 그림이다. 고흐 자신이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농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릴려고 했으며, 그래서 겨울 내내 농민의 머리와 손 그리는 연습을 했다고 썼다. 고흐 자신은 이 그림에 굉장히 애착이 갔었는 듯 언젠가는 이 그림이 진정한 농촌 그림으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그림을 통해 문명화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는 다른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마 그것은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정직한 생활일 것이다. ......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

참살이의꿈 200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