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감자 먹는 사람들

샌. 2004. 12. 11. 12:46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어두운 색조로 하루 일을 마치고 가난한 저녁 식탁에 앉은 한 가족을 그리고 있다. 삶의 신고(辛苦)가 잔뜩 묻어있는 그림이다.

고흐 자신이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농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릴려고 했으며, 그래서 겨울 내내 농민의 머리와 손 그리는 연습을 했다고 썼다. 고흐 자신은 이 그림에 굉장히 애착이 갔었는 듯 언젠가는 이 그림이 진정한 농촌 그림으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그림을 통해 문명화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는 다른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마 그것은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정직한 생활일 것이다.


......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이제는 잊혀져 가는 '정직(正直)'이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실 정직하게 산다는 것은 이 사회에서 거의 용인될 수 없는 생활방식이다.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하게 살라고 자녀에게 가르치는 부모는 거의 없다. 경쟁 체제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히 부정직한 삶을 사는 것이 현명한 처세술이다. 물론 내놓고 부정직(不正直)을 가르치지는 않겠지만 이미 현대인들의 생활 자체가 그런 식으로 오염이 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정직하게 산다는 것은 단순히 국가나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법을 지키며 성실히 살아간다는 의미 이상일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정직이라면 거기에는 높은 윤리적 바탕이 놓여있다고 본다. 간디가 말한 대로 "이 세상에 굶주리고 억압받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무언가를 소유하고 누린다는 것은 범죄 행위로 생각된다"라고 하는 수준의 내면적 자각도 한 예가 될 것이다.

예전에는 이 그림의 어두운 색조와 궁핍한 분위기가 싫었지만 이제는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 그림은 '정직하고 소박한 삶'이라는 화두를 나에게 던져주고 있다.

복사본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터의 방에 걸어두고 마음을 수양하는 그림으로 가까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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