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겨울 준비

샌. 2004. 11. 22. 17:22

오늘이 소설(小雪)이다.

어느새 벌써 겨울에 들어섰다. 곧 첫눈 소식도 찾아올 것이다.

가을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간다. 힘들었을 때는 일년이 휙 지나가 버렸으면 하고 바랐지만 이제 한 해의 끝자락이 바로 코 앞에 다가오니 아쉬운 맘이 크다.

예전에 겨울 준비로는 김장과 연탄이었다. 70년대에 서울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 때 몇 식구가 되지 않았는데도 김장을 한 접씩 담근 기억이 난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당시에는 김치를 엄청나게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이맘때가 되면 집집마다 서로 어울려 김장을 하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여러 집이 어울려 김장을 할 때는 마당이 좁아서 골목길이 작업장이 되곤 했다. 그때의 시끌벅적하던 겨울 준비가 그립기도 하다.
그리고 부엌 한 켠에다 연탄을 가득 쌓아놓으면 겨울 준비는 끝난 것이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는 겨울이라고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독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신경 쓸 일이 많다.

작년 겨울에 터에서는 마당에 있는 수도관이 얼고 펌프가 터져서 해동될 때까지 생활을 하지 못했었다. 구정에 집을 비운 사이에 강추위가 몰려왔던 것이다. 다행히 보일러는 얼지 않아서 더 큰 고생은 면했다.

한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어떻게 보온을 하고 관리를 해야 될 것인지 감이 잡힌다. 사람들마다 자신의 경험에서 충고를 해주는데 조건이 다른 상태에서 내 경우에 맞지 않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낭만적인 전원 생활의 뒷켠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과 신경씀이 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또 추워지면 그 나름대로 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 다음 주에는 마당의 펌프에 충분한 보온 시설을 하고, 추위에 약한 나무는 짚으로 줄기를 감싸주고, 그리고 보일러에 기름을 채우고, 겨울 김장은 고향에 내려가서 형제들이 공동으로 해 가지고 올라오면 내 월동 준비도 대략 될 것 같다.

그래서 금년 겨울은 제발 별 탈없이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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