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대한민국은 공사중

샌. 2004. 11. 2. 15:45

대한민국은 공사중이다.

도시나 농촌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땅을 파고 산을 뚫고 시멘트 구조물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이젠 깊은 산 속 골짜기까지도 굴삭기가 들어가 길을 내고 터를 닦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경치가 좋은 곳이면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어떤 경우는 공사가 목적이 아니라 마치 건설 장비를 놀리지 않기 위하여 일을 꾸미고 있는 느낌마저 있다.

최근에 읽은 신문에서는 나라의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제일 효과가 있다면서 대규모 공사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 공사라는 것이 자연을 망치고 아름다움을 깨뜨리게 되니 문제가 있다.

애꿎은 산허리가 잘려나가고 들판이 시멘트로 덮혀진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 자동차의 소음과 불빛으로 몸살을 앓는다.

경제 발전에 따라 어느 정도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고 필요에 따른 시설이 세워져야겠지만 그것이 경제와 효율성의 관점에서 벗어나 환경이나 생명과의 공존 차원에서 계획되고 시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가리 터에서도 지금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산너머 이웃 동네와 연결되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깎아내고 있다. 푸르고 아름답던 산이 흙빛 속살을 드러내고 신음하고 있다. 마치 고운 살갗 위에 면도칼로 죽 그은 듯 산에 그어진 흉터가 아프다.

시골의 작은 면을 연결하기 위해 이런 큰 공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볼 때마다 회의가 든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새로 도로를 만드느라 논밭이 흙으로 덮이고 시멘트 교각이 세워지고 있지만 정말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마을 주민들이 새 도로가 생기는 것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길이 열리고 개발이 되면 땅값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하여튼 대한민국은 건설공화국이다.

나라 전체가 건설의 소음으로 소란하고 어지럽다. 60년대부터 벌써 40년째 해오고 있는 짓이다. 한 때는 활기하고 생동감 넘치는 나라라는 칭찬도 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칭찬에 뿌듯해할 유년기는 지나지 않았나 싶다.

10년 전 독일에 연수를 가서 한 달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관찰한 독일의 모습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나라 전체의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이었다. 건축물들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의 주택가를 따라 흐르는 개울물은 양치질을 해도 좋을 만큼 깨끗했다.

통일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는데 수도 베를린만 건설 열기로 가득했을 뿐 다른 지역들은 전체적으로 조용했다. 특히 백년 이상된 집들이 늘어선 가로는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진작에 헐고 현대식 빌딩을 올렸을지 모를 일이다.

지금 수도 이전 문제로 시끄럽지만 사실 한국과 독일의 분위기 차이는 중앙 집중형 사회이냐, 지방 분산형 사회이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수도 이전으로 상징되는 나라의 균형 발전 계획이 좌절하게 된 것에 대해서 아쉽게 느낀다.

대한민국은 늘 바쁘고 분주하다.

마치 잠시도 멈출 줄 모르고 앞으로 돌진하기만 하는 고장난 증기기관차가 연상된다.

이 증기기관차에는 속도를 만끽하려는 구경꾼들이 타고서 왜 더 빨리 달리지 못하느냐면서 성화를 부리고 있다.

이제는 증기기관차의 맹목적인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용기있는 사람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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