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무서리가 내리다.
농사를 거두는 손길이 더 바빠진다.
겉으로 보이는 농촌의 가을 들녘은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자가용을 타고일별하며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눈요기 감으로 좋은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리라.
올해도 양으로는 풍년이건만 그러나 누구의 얼굴에서도 풍년의 함박웃음은 보이지 않는다.
'농사 잘 되었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어렵다. 분명 돌아오는 대답은 '풍년이면 뭐하게?'하는 식의 자조적인 반응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옛날에는 황금 들판을 바라보는 농부의 환한 미소가 있었다.
무엇이 농촌을 이토록 삭막하게 만들었는가?
농민에게도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상대적 빈곤감인가? 이 사회 어디에서나 제 것과 제 몫 챙기기에 미쳐버렸는데 농민들도 마찬가지인가?
추수가 시작되었지만 우리 들판 어디에서도 이제 농악 소리, 징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남아 있는 호박을 땄다.
아직 누렇게 익지 않은 놈도 많은데 서리를 맞으면 맛이 없다고 해서 그냥 따 버렸다.
금년에는 모두들 호박은 잘 안되었다는데, 몇 개 열리지도 않고 열리더라도 썩어버렸다는데 우리 호박 농사는 아주 잘 된 편이다.
이 집은 호박 하나는 잘 되었다는 말을 오늘도 들었다.
심어 놓기만 했지 특별히 다른 것에 비해 더 신경 쓴 것도 아닌데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다.
땅과 자연을 배우자면 아직도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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