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2

시인의 마을

베를린으로 가는 버스는 세 시간째 달리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넓은 평원의 단조로운 풍경이 질리도록 펼쳐졌다. 다들 눈을 감은 채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한국에서 가져온 테이프를 운전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플레이어에 꽂았다. 정겨운 우리 가요의 멜로디가 독일 버스 안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독일에 연수를 온 지 두 주일째, 뒤에서 소곤거리며 잡담이 들리던 버스 안이 숙연해졌다. 몇 곡의 트로트가 지나가고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이 나왔을 때 내 가슴은 떨리기 시작했다. 노래 분위기와 당시 상황이 어쩜 그리 절묘하게 맞았는지 모르겠다. 어울리지 않게 두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주리오 누가 내 마음의 위안 돼주리오 ..

참살이의꿈 2020.05.19

평화, 그 먼 길 간다

가수 정태춘 박은옥 부부의 평화를 기원하는 거리 공연이 매주 화요일 저녁에 광화문 교보빌딩 옆에서 열리고 있다. 어제 친구와 만나서 이 공연에 동참하기로 했는데 저녁 식사 후 술 한 잔 하는 자리에서 쓸데없는 종교 논쟁을 하는 바람에 늦어져서 공연이 끝날 때쯤 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평화, 그 먼 길 간다'라고 적힌 무대는 생각보다 간소했고, 사람들은 보도에 앉거나 서서 두 분의 뜻에 동참하며 열띤 호응을 보냈다. 두 분은 이 땅과 생명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환경과 반전, 소외계층을 위한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계시지만, 이번 거리 공연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직접 시민들과 만나며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정태춘 음악과의 인연은 10여 년 전 독일 연수를 갔을 때 맺어졌다. 우리..

사진속일상 200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