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태춘 박은옥 부부의 평화를 기원하는 거리 공연이 매주 화요일 저녁에 광화문 교보빌딩 옆에서 열리고 있다. 어제 친구와 만나서 이 공연에 동참하기로 했는데 저녁 식사 후 술 한 잔 하는 자리에서 쓸데없는 종교 논쟁을 하는 바람에 늦어져서 공연이 끝날 때쯤 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평화, 그 먼 길 간다'라고 적힌 무대는 생각보다 간소했고, 사람들은 보도에 앉거나 서서 두 분의 뜻에 동참하며 열띤 호응을 보냈다. 두 분은 이 땅과 생명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환경과 반전, 소외계층을 위한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계시지만, 이번 거리 공연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직접 시민들과 만나며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정태춘 음악과의 인연은 10여 년 전 독일 연수를 갔을 때 맺어졌다. 우리 일행이 탄 독일 버스가 베를린으로 가는 벌판을 끝없이 달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음악 테이프를 넣었고 그때 나온 노래가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이었는데 여행자의 심사와 노래 가사가 맞아 떨어졌는지 모두들 숙연해졌었다. 물론 나도 그 이후로 정태춘의 서정적인 노래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어서 기뻤지만 그보다는 이분들이 평화 운동의 전도사로서 자신의 재능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더 반가웠다. 아쉽게도 끝자락에 도착해서 노래를 한 곡밖에 듣지 못하고, 거리 공연에 나서게 된 배경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지만도시의 길거리에서 평화를 외치는이분들의 운동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평화, 그 먼 길 간다.' 평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그러나 그 길이 아무리 멀더라도 지금 우리는 작은 불씨 하나라도 살리고 전해야 한다. 평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여기에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평화로운 말로, 평화로운 표정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또 세상의 변화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지구 위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의 등불이 켜질날이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 세상 어디에 울고 있는 사람 있다면
그는 나를 위해 울고 있는 것이니
이 세상 어디에 웃고 있는 사람 있다면
그는 너를 위해 웃고 있는 것이니
소중하게 살고 싶어
너를 부른다 평화여
그 울음만큼 평화롭게
그 웃음만큼 평화롭게
이 세상 어디에 상처받은 사람 있다면
그는 나를 위해 상처받는 것이니
이 세상 어디에 사랑하는 사람 있다면
그는 너를 위해 사랑하는 것이니
아름답게 살고 싶어
너를 부른다 평화여
그 상처만큼 평화롭게
그 사랑만큼 평화롭게
평화란 아름다움에 헌신하는 것이라고 어떤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푸른 등불을 가슴에 켜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나
단단한 돌이라도 흐르는 물에 이기지 못하고 강한 것이라도
부드러운 것에 지는것이라고 또 누가 말했나
그대여 평화란 그런 것이다
물이 물레방아를 돌리듯이 바람에 풍차를 돌리듯이
우리도 평화를 돌려야 한다 세상의 끝까지 더 더 끝까지
- 천양희 '그만큼 평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