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느 저녁의 단상

샌. 2005. 9. 24. 07:53

어제는 저녁 하늘을 보러 한 사람과 같이 산에 올랐다. 며칠간 내리던 비가 멈추고 아침에는 맑은 가을 하늘이 나타났는데, 오후가 되면서 다시 구름이 덮이며 기대했던 노을은 보여주지 않는다. 짧은 시간 연한 붉은 기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진다.

 

잠시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다가 내려왔다.

 


 

한 사람과 만나며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사람마다 아름다움을 보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대체로 젊었을 때는 육체적 미에 눈이 쏠리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정신적인 내면의 아름다움 쪽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 같다.

 

육체적 기준으로 본다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름다움의 상실이면서 슬프고 아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면에서 바라본다면 나이듦은 도리어 내적 새로움과 원숙을 의미한다. 그것은 몸의 노쇠에 반비례해서 나오는 아름다움이다. 그 속에는 많은 미덕이 자리잡고 있다.

 

봄 들판의 파릇파릇한 새싹도 아름답지만, 가을의 황금 들판 또한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의 후반기에 들며 가을색을 닮아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치열했던 한여름의 열기와 땀을 내려놓고 이제 땅의 색깔을 닮아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런 사람이라면 어떤 나이가 되어도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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