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락 6

장자[113]

열자께서 여행을 하다가 길에서 밥을 먹었다. 우연히 백 살의 해골을 발견하고 쑥대를 뽑아 가리키며 말했다. "오직 너와 나만이 삶도 죽음도 없다는 것을 아는구나! 해골은 과연 근심할까? 나는 과연 즐거운 것인가?" 列子行 食於道 從見百歲촉루益 건逢而指之曰 唯予與我知 而未嘗死未嘗生 若果養乎 予果歡乎 - 知樂 6 어제가 부활절이었다. 부활절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으로부터의 승리를 의미한다. 그것은 곧 악에 대한 선의 승리, 절망에 대한 희망의 승리다. 죄에서의 완전한 해방이다. 기독교는 악과 죽음의 세력에 대한 신의 심판과 섭리의 완성을 지향한다. 그러나 장자에게 있어 죽음은 이기고지고 할 것이 없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순환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해가 뜨거나 해가 지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변화다. 자연의..

삶의나침반 2010.04.05

장자[112]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 교사(郊祀)에 날아들었다. 노나라 제후는 그 새를 맞아들여 묘당에서 잔치를 베풀고 술을 올렸으며 순임금의 음악인 구소를 연주하여 즐겁게 했고 소, 염소, 돼지로 반찬을 만들어주었다. 새는 드디어 눈이 어질어질하고 근심과 슬픔에 젖어 고기 한 조각도 먹지 않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다가 사흘 만에 죽어버렸다. 昔者海鳥止於魯郊 魯侯御 而觴之于廟 秦九韶以爲樂 具太牢以爲膳 鳥乃眩視憂悲 不敢食一련 不敢食一杯 三日而死 - 至樂 5 새를 사랑하는 방법은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과 다르다. 그런데 노나라 제후는 새를 사랑한다면서 자신의 방법으로 사랑했다. 새에게 술을 올리고, 음악을 연주하고, 고기를 먹게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면 새도 좋아하는 줄로 알았다. 어리석은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무..

삶의나침반 2010.03.31

장자[111]

해골이 말했다. "주검에게는 위로는 군주가 없고 아래로는 신하가 없으며 사시사철의 수고로운 일도 없이 천지를 따라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비록 왕의 즐거움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을 것이오." 장자는 믿지 못했다. 그래서 말했다. "내가 염라대왕에게 부탁하여 그대의 몸을 부활시키도록 하여 그대의 골육과 피부를 만들고 보모처자와 마을의 친구들에게 돌려보내 준다면 그대는 그렇게 하겠소?" 해골은 심히 불쾌한 듯 콧대를 찡그리며 말했다. "내 어찌 왕보다 더한 즐거움을 버리고 인간의 수고로움을 반복하겠소?" 촉루曰 死無君於上 無臣於下 亦無四時之事 從然以天地爲春秋 雖南面王 樂不能過也 莊子不信 曰 吾使司命 復生子形 爲子骨肉肌膚 反子父母妻子 閭里知識 子欲之乎 촉루深빈축알 曰 吾安能棄南面王樂 而復爲人間之勞乎 - 至樂 4..

삶의나침반 2010.03.24

장자[110]

지리숙과 골개숙은 둘이서 명백의 언덕과 곤륜의 빈 터를 관람했다. 이곳은 황제가 머물던 곳이다. 갑자기 골개숙의 왼쪽 팔꿈치에 버드나무가 생겼다. 그의 마음은 놀라 싫어하는 눈치였다. 지리숙이 말했다. "자네는 그것이 언짢은가?" 골개숙이 말했다. "아니네. 내 어찌 싫어하겠나? 생명은 임시로 빌린 것이야. 또 빌린 몸을 다시 빌려 생겨난 것은 티끌이야. 삶과 죽음은 낮과 밤이고 나와 그대는 그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야. 그리고 그 조화가 나에게 미친 것인데 내 어찌 싫어한단 말인가?" 支離叔與滑介叔 觀於冥伯之丘 崑崙之虛 黃帝之所休 俄而柳生其左주 其意蹶蹶然惡之 支離叔曰 子惡之乎 滑介叔曰 亡予何惡 生者假借也 假之而生生者塵垢也 死生爲晝夜 且吾與子觀化 而化及我 我又何惡焉 - 至樂 3 장자에서는 자연의 변화..

삶의나침반 2010.03.12

장자[109]

장자의 부인이 죽어 혜자가 문상을 갔다. 장자는 마침 두 다리를 뻗고 앉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莊子妻死 惠施弔之 莊子則方箕踞 鼓盆而歌 - 至樂 2 장자만큼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평판에는 일고의 가치도 두지 않는다. 그런 것이 때로는 괴팍하게 보인다. 이 예화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죽었는데 도리어 항아리로 장단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혜자가 보기에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곡을 안 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혜자는 힐난한다. 장자는 처음에는 자신도 슬펐다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아내의 시원을 살펴보니 본래 생명이란 없었소. 생명뿐 아니라 형체도 없었고, 형체만이 아니라 기도 없었소. 무엇인가 혼돈 속에 섞여..

삶의나침반 2010.03.07

장자[108]

오늘날 세속에서 행하는 쾌락에 대해 나는 그것이 과연 즐거움인지 또는 아닌지 알 수 없다. 내가 보기에는 세속의 쾌락은 군중의 손짓을 따라 죽도록 달리며 그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모두들 즐거움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것이 즐거움인지 또는 즐거움이 아닌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과연 즐거움은 없는 것인가? 나는 무위만이 진실로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今俗之所爲 與其所樂 吾又未知樂之果樂邪 果不樂邪 吾觀 夫俗之所樂 擧群趣者 경경然如將不得已 而皆曰樂者 吾未知樂也 亦未知不樂也 果有樂無有哉 吾以無爲誠樂矣 - 至樂 1 장자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즐거움이 과연 참된 즐거움인지 회의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부귀, 장수, 명예이고, 쾌락이라 여기는 것들은 안락함, 좋은 음식, 예쁜 여자, 황홀한 음악 ..

삶의나침반 201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