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4

젊은 날의 초상

내 젊은 날의 노트를 열어본다. 노트 안에는 진리를 향한 갈구에 목말라하던 20대 초반의 내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중에서 49년 전인 1973년 11월 30일의 일기가 눈에 들어온다. '사랑하는 C'라고 부르면서 적은 글이다. 그 시절에 나는 인간과 세계는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적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질문에 답해주는 것이 진리였다. 진리는 반드시 존재하고 그걸 발견하는 것이 내가 태어난 이유라고 믿었다. 진리야말로 무명의 세상을 비추는 횃불이었다. 내가 볼 때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 정신의 금자탑이 철학이었다. 철학 사상을 파고들면 나름대로 진리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철학과 기독교 사상에 몰두했다. 전공 공부는 아예 도외시했다. 얼..

참살이의꿈 2022.12.01

진리의 역설

오래된 노트를 열어보다가 메모해 둔 찰스 비어드의 글을 보았다. 찰스 비어드(Charles A. Beard, 1874~1948)는 미국의 역사학자로 역사 연구에 있어 객관적인 해석을 중시하는 실증주의에 반기를 들고, 현대 역사 연구에서 중요한 학파인 상대주의 사관을 만든 사람이다. 이 사관은 역사 연구에서 완벽한 과거 복원을 불가능하고, 역사가의 주관적 판단이 필연적으로 개입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찰스 비어드는 평생 역사를 연구해서 '진리의 역설'로 불리는 다음 네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1. 하느님은 멸망시킬 자에게 권력을 줘 날뛰게 한다. 2. 심판의 맷돌은 더디게 돌지만 아주 작은 것까지 간다. 3. 벌은 꿀을 도둑질해서 꽃을 피운다. 4. 어둠이 짙어야 별을 볼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

참살이의꿈 2016.07.06

본래 그 자리

내 생각이란 게 있을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고 선인이 말했듯,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것은 전 세대 사람들이 했던 사유의 잔해에 불과하다. 나만의 생각은 없다. 맹난자 선생의 를 읽다가 든 생각이다.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있다. 생과 사, 영혼, 존재의 의미 등에 대한 물음이 그것이다. 진리를 깨치기 위해 수도자는 일생을 바쳐 정진한다. 이 질문에 바탕하지 않은 철학이나 예술은 없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고비에서는 이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해야 한다. 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지은이의 지적 탐구 과정을 보여준다. 책에는 동서고금의 철학자, 사상가, 예술가, 종교인들이 등장해서 그들의 삶과 생각을 보여준다. 백과사전식 나열이 아니라 지은이의 의도에 따른 흐름이 있어 중..

읽고본느낌 2016.03.16

다석 전기

'류영모와 그의 시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제자인 박영호가 쓴 다석 선생의 전기다. 다석(多夕) 류영모(柳永模, 1890~1981)) 선생은 진리의 구도자이자 수도승으로 불릴 만한 분이다. 선생의 사상이나 삶은 보통 사람이 따라가기 어려운 비범한 데가 있다. 기독교 사상가라 불리지만 정통 신앙인은 아니었다. 선생이 가장 존경한 사람이 톨스토이와 간디였는데 이를 통해 선생의 지향한 바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선생은 나라가 기울어가던 1890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고 수하동소학교를 거쳐 경신학교에 입학했는데 YMCA에 출입하면서 기독교를 접하고 연동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선생의 나이 20살 때, 남강 이승훈의 초대를 받아 평북 정주에 있는 오산학교에서 2년간 교사로 재직했다. 이때..

읽고본느낌 20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