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치마 5

처녀치마를 찾아간 천마산

처녀치마를 보러 아내와 천마산 팔현계곡을 찾아갔다. 10년쯤 전에 팔현계곡에서 처녀치마를 본 기억을 더듬으며 올라갔다. 차는 다래산장에 주차했는데 내려와서 비빔밥을 먹기로 한 조건이었다. 너무 시간이 흘러선지 그때 처녀치마 있던 곳을 찾지 못했다. 거의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처녀치마가 있는 곳이었다. 사진을 찍자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다. 순서가 왔지만 뒷사람 눈치가 보여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잠깐동안 사진 석 장만 찍고 자리를 떴다. 맘껏 바라볼 순 없었지만 처녀치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그때보다 개체수가 늘어나서 감사했다. 처녀치마 외에 팔현계곡에서 만난 봄꽃이다. 큰괭이밥, 꿩의바람꽃, 들바람꽃, 얼레지, 산자고, 미치광이풀, 족두리..

꽃들의향기 2021.04.01

천마산 팔현계곡

오늘은 봄꽃을 만나러 천마산 팔현계곡을 찾았다. 나에게 천마산은 무척 고마운 산이다. 대부분의 산들이 봄철 화재 예방으로 입산을 통제하는데 천마산은 예전부터 완전 개방되고 있다. 봄철의 화야산을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지만 입산 금지로몇 년째 아쉬움만 달래고 있다. 삼림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일률적인 무조건의 통제는 재고해줬으면 좋겠다. 사전 신청을 받아 제한된 인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했다. 몸이 불편한 아내가 산에 오르는 것도 거의 1 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마치 소픙 가듯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어제보다도 더 맑고 따뜻해진 완연한 봄날이었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을 비롯한 여러 꽃들이 반겨주었다. 역시 천마산은 달..

꽃들의향기 2010.04.08

처녀치마(2)

처녀치마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간다. 이리 저리 옮겨가며 사진을 찍는데배경을 정리하기 위해 주로 밑에서 위로 렌즈를 향하고 쳐다보니 꽃에게 괜스레 민망해진다. 이름대로라면 처녀 치마 속을 마구 들여다보는 꼴이기 때문이다. 만일 진짜로 처녀 치마 속을 이렇게 들여다 보았다면 따귀라도 맞았을 것이다. 아니 성폭행으로 고소를 당하고 창살에 갇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처녀는 생판 모르는 남자가 자기 치마 속을 들여다 보는데도 생긋 웃으며 다소곳이 앉아 있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다. 그러니 꽃을 본다는 것은 식물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내놓고 감상하는 일이다. 그래도 꽃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을 자랑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동식물도 마찬가지다. 섹스를 부끄러워하고 감추는 것은 인..

꽃들의향기 2006.04.21

화야산의 봄꽃

봄꽃을 보러 화야산 큰골을 찾아갔다. 화야산은 처음 가보는 산이다. 부근을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산에 들어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첫길이어선지 큰골입구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꽃을 보러 갈 때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요사이는 꽃이 피는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서 나같이 개인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애로가 많다. 화야산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오면 산 지도를 보고 그냥 계곡을 찾아가 보는 수밖에 없다. 희귀한 꽃이라면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하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체적인 장소를 밝혀줬으면 어떨까 싶다. 이번에는 큰골을 선택했는데 다행히도 많은 봄꽃을 볼 수 있었다. 제비꽃, 현호색, 얼레지, 처녀치마, ..

꽃들의향기 2006.04.06

처녀치마

처녀치마는 수줍은 듯 숨어서 피어나는 꽃이다. 이른 봄, 아직 산에는 잔설이 남아있는데 처녀치마는 어두운 산골짜기에서 외롭게 꽃을 피운다. 이 꽃은 모양도, 이름도 특이하다. 굵은 꽃대 위에 다닥다닥 보라색 꽃이 달려있고, 크고 긴 잎은 땅에 붙어서 펼쳐져 있다. 그러고 보니 꽃이나 잎이 여성의 치마 모습을 닮은 것도 같다. 꽃은 주름이 많아 부풀어오른 풍성한 스커트가 연상이 되고, 잎이 땅에 펼쳐진 모습은 늘씬한 롱스커트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처녀치마'라는 이름은 이 꽃의 일본명을 잘못 옮긴 것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 이 꽃의 일본 이름이 猩猩袴(쇼우조우바카마, 성성이치마)인데, '쇼우조우'라는 발음이 소녀(少女)의 '쇼우조'와 비슷해서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처녀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

꽃들의향기 200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