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4

장자[220]

장자는 반어로 선입견을 혼란케 하고 중언으로 고쳐 다시 참되게 하고 우언으로 뜻을 넓힌다. 홀로 천지와 더불어 정신을 왕래하여 함부로 만물을 분계하지 않고 시비를 따지지 않으며 속세와 더불어 거처한다. 그의 글은 비록 괴이하고 독특하지만 사물을 따르므로 생명을 해침이 없다. 비록 들쭉날쭉 허실이 있지만 그 기이한 해학이 볼만하다. 달리 가슴속에 꽉 찬 것을 다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로는 조물주와 노닐고 아래로는 삶과 죽음을 뛰어넘고 시작과 끝이 없는 초월자를 벗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뿌리로 하는 것은 광대한 열림이요 깊고 텅 빈 마음의 자유로움이다. 그것이 종주로 삼은 것은 조화로 나아가 높은 곳에 도달하는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그가 조화에 조응하여 사물을 해명함은 그 조리가 미진하고 그 유래..

삶의나침반 2012.10.11

장자[219]

막막하여 형체가 없고 변화무상하니 죽음도 삶도 더불어 하고 천지의 아우름과 더불어 하고 신명의 운행과 더불어 한다. 망망한데 어디로 갈 것이며 순간인데 어디까지 갈까? 만물이 모두 그물인데 근원으로 돌아감만 못하리라! 笏漠無形變化無常 死與生與 天地竝與 神明往與 芒乎何之 忽乎何適 萬物畢羅 莫足以歸 - 天下 3 우주 만물의 근원을 도(道)라고 할 때, '홀막무형변화무상(笏漠無形變化無常)'은 장자학파에서 생각하는 도의 속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사상을 관통하는 중심 단어가 '변화무상(變化無常)'이 아닌가 싶다. 서양에서는 영원불변하는 실재를 가정하고 그것을 탐색하는 작업이 철학의 기본 흐름이었다. 초기에 나타나는 원소설에서부터 이데아론에 이르기까지 불변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삶의나침반 2012.09.20

장자[218]

수컷을 알고 암컷을 지키면 천하의 계곡이 된다. 명예로움을 알고 오욕을 받아들이면 천하의 골짜기가 된다. 사람은 모두 앞서기를 취하는데 나만 홀로 뒤처지는 것을 취하니 이르기를 '천하의 오욕을 감수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실을 취하는데 나만 홀로 허를 취하고 저장하기 않기에 오히려 남음이 있다. 독립 자족하고 여유 있으니 몸소 행함이 느리지만 어긋나지 않으며 인위가 없으며 교활한 지혜를 비웃는다. 사람들은 모두 복을 구하지만 나 홀로 온전함을 따르며 이르기를 '허물을 면했다'고 한다. 깊음을 뿌리로 삼고 검약을 벼리로 삼으며 이르기를 단단하면 부서지고 예리하면 무디어진다고 한다. 항상 사물에 관용하고 남을 깎아내리지 않으니 가히 지극하다 할 것이다. 知其雄守其雌爲天下谿 知其白守其辱 爲天下谷 人皆取先..

삶의나침반 2012.09.10

장자[217]

옛날 우임금이 홍수를 막기 위해 양쯔강과 황허를 다스려 사이와 구주를 통하게 했는데 명산이 삼백이요, 지천이 삼천이며 작은 것은 수도 없었다. 우임금은 손수 삼태기와 따비를 들고 천하의 하천을 뚫어 강하로 모이도록 했다. 정강이와 장딴지에 털이 다 닳았으며 소낙비에 목욕하고 사나운 바람에 빗질하며 만국을 안정시켰다. 위대한 성인이신 우임금도 이처럼 천하를 위해 육체노동을 하셨다. 昔者禹之湮洪水 決江河 而通四夷九洲也 名山三百支川三千 小者無數 禹親自操탁거 而九雜天下之川 비無발脛無毛 沐甚雨櫛疾風 置萬國 禹大聖也 而形勞天下也如此 - 天下 1 '천하'편은 중국 사상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내용은 묵가에서 노동의 정당성으로 삼기 위해 인용하는 고사다. 이에 고무되어 후세의 묵가들은 털가죽과 칡베옷을 입고 밤낮으로 ..

삶의나침반 201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