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38

Imagine

친구야, 역시 우리의 견해차는 좁혀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구나. 우리 젊었을 때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순수함은 어디로 갔느냐고 내가 물었지만, 되돌아보면 그런 꿈이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현실에 잘 적응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 않느냐. 그러고 보니 변한 것은 자네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젊었을 때 의기투합하던 마음 사이로 이제는 큰 강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구나. 그 강을 건너간 것은,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 건너기 힘든 강물을 만든 것은 바로 내 탓이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회의를 갖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다. 그런 변화가 어떻게 찾아왔는지는 설명하기가 어렵구나. 하여튼 내 가치관의 패러다임이 반전하게 되는 계기가 어느 ..

길위의단상 2006.07.28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여러 해 전에 한 친구가 베트남 한인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 친구와 많은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한 번은 본인이 교지에 쓴 글이라며 보내주었습니다. 제목이 '아침에'라는 글인데 시를 중간중간에 넣으며 주변의 몇 사람들 인상을 그린 것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편지보관함에서 다시 읽어보는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창 밖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문득 잠이 깹니다. 커튼이 드리워진 창 위로 야자수 잎의 그림자가 물결처럼 일렁거립니다. "아. 오늘은 일요일이지" 그냥 누운 채로 움직이지 않고 모처럼의 여유를 느껴봅니다. 「이곳이 어딜까? 물론 베트남이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모르지. 꿈일지도 몰라. 내가 지금 베트남에 있다는 것이.. 꿈을 깨면 아마 잠실의 아파트에서 예전처럼..

참살이의꿈 2005.12.08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사람들 틈에서 살지만 사람이 그립다. ..

시읽는기쁨 2004.06.29

낙관과 비관

친구가 몇 년 전에 베트남에서 근무했다. 그때 우리 사이에는 많은 메일이 오갔는데 메일함을 열어보니 그 당시 주고받았던 메일들 중에서 하나가 눈에 띈다. 친구와 나는 공통되는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친구는 낙관적이고 나는 비관적인 편이다. 친구는 세상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나는 비판적이다. 그런 면에서 가끔씩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느 날 친구가 이런 메일을 보내왔다. 창 밖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문득 잠이 깬다. 커튼이 드리워진 창 위로 야자수잎의 그림자가 물결처럼 일렁거린다. "아. 오늘은 일요일이지" 그냥 누운채로 움직이지 않고 모처럼의 여유를 느껴본다. 「이곳이 어딜까? 물론 베트남이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모르지. 꿈일지도 ..

길위의단상 2004.06.18

마가리의 선물

마가리에서 만난친구가있다. 만난지는 채 3년이 못되지만 지금은 어떤 사람보다도 더욱 소중한 친구이다. 만나게 된 계기도 재미있는데 하여튼 이 친구는 마가리가 나에게 준 귀한 선물 중의 하나이다. 그동안 메일을 많이도 주고 받았다. 지금은 뜸하지만 그간 오고간 메일이 4백통 가까이 되니 적은 양은 아니다. 그렇게 서로 통하는 얘기가 많았다는 뜻일 것이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이 메일이 나에게는 좋은 추억이며 자랑이다. 지금도 클릭해서 읽어보면 옛 생각이 나면서 힘을 얻게 된다. 이 친구는 나와는 성격이 정반대이다. 나는 내성적이지만 친구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이며 늘 에너지로 넘친다. 그의 곁에 있으면 내면에서 분출하는 기라고 할까 에너지라고 할까 뭔가가 꿈틀거리는 생기로 가득해진다. 의기소침해 있다가도 ..

참살이의꿈 2004.05.02

3년 전

만약 운명이 있다면 그는 무척 짓궂은 장난꾸러기일 것 같다. 神은 밋밋한 인생을 재미없다고 본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하는 식으로 우리 인생길에다 이곳 저곳 지뢰를 묻어 두었다. 춤추며 가던 인생길에서 지뢰를 밟아 피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상처에서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 나기도 한다. 사람이 사는 동안 롤러 코스터를 탄것 마냥 구름 위에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또끝없는 아찔한 추락을 경험한다. 인생은 시소타기다. 5년마다 순환 근무를 해야 하는 탓에 이번에 직장을 옮겼다. 그런데 새로 옮긴 직장의 여건이 내가 기대한 조건과는 많이 어긋난다. 여유있는 삶, 느릿 느릿 걸어가고 싶은 삶을 추구하면 할 수록 그에 비례하여 내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는 장난꾸러기의 훼방에 속이 탄다. 세월이 흐..

참살이의꿈 2004.02.29

좋은 친구

어제 저녁 인사동에 친구를 만나러 나간 길에 선(選)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 전시회에 들렀다. ※ 매그넘 Magnum; 50여명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고의 보도사진 작가 그룹. 한 장의 사진으로 `이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류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전쟁 고발, 문명 비판이 주조를 이루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도 밝은 면보다는 억압받고 고난에 찬 내용으로 많이 그려지고 있었다. 주제가 묵직해서 여러 가지로 깊은 생각에 젖게 되었고, 서구 문명의 팽창이나 경제 성장의 이면에 숨어 있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좋은 전시회였다. 그런데 어제 만난 친구는 나에게는 특별하면서 참 좋은친구이다. 만난지는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얘기를 나누면 많은 부분에서 서로 공감을 하게 되고 또한..

읽고본느낌 2004.02.10

친구가 견진 받는 날

오늘은 친구가 견진을 받는 날이다. 이 친구와는 시골 중학교를 같이 다녔다. 그런데 서로 가까와진 건 서울에 있는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었다. 당시 4명이 올라 왔는데 이 친구와는 1학년 때 같은 반에 배정되었다. 60년대 말, 모두가 어려운 때였다. 시골 학생들은 대부분 셋방을 얻어 자취 생활을 했다. 친구도 형들과 함께 산동네 좁은 방에서 어렵게 지냈다. 그래도 우리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한 친구는 도시락을 싸오지 못할 정도로 곤궁했다. 어떤 때는 셋방에서 쫒겨나독서실서 살기도 했다. 그런 힘든 환경에서도 모두들 공부는 열심히 했다. 그리고 웃음을 잃지도 않았다. 아마도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그 때에 가장 꽃 피지 않았는가 싶다. 친구는 법대에 진학했다. 그리고 사시에 도전했으나 계속 ..

길위의단상 200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