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제일 귀한 시간이 한밤중에 침대에 들 때다. 자정이 지나 위층 집이 잠이 들면 주변은 완벽히 조용해진다. 아무리 귀를 쫑긋해도 들리는 소리는 없다. 마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듯 세상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 것 같다. 이 시간이야말로 일상에서의 해방감으로 충만해지는 때다. 존재의 근원에 닿은 느낌 같기도 하다. 아, 나는 행복하구나, 라는 말이 절로 속삭여진다. 잡념도 사라지고 하루의 반성도 필요 없다. 그저 있는 자체로 기쁨이다. 그렇게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나에게는 하루의 소란을 잠재워 줄 이 절대 고요가 필요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고요 속에서 낮의 어지러움이 앙금처럼 가라앉는다. 마음이 맑고 편안해진다. 내면의 침묵을 경험하는 몇 안 되는 시간 중 하나가 이때다. 바깥 핑계를 대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