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이청득심(以聽得心)

샌. 2009. 3. 5. 16:11

말이 많아지고 있다. 생각이 번잡하다는 얘기다. 그럴수록 속은 더 공허해진다. 묘한 일이다. 허전한 마음을 잊거나 달래기 위해 말을 많이 하면 반대로 속은 더욱 외로움을 탄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결국 나를 더욱 고립시킨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정작 중요한 생각은 빠뜨린다는 의미다. 말이나 생각이나 더욱 줄이고 줄여야겠다.

어디선가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을 들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얻을 수 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는 사람 마음을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잊고 있었다.상대방 말을 가만히 들어준다는 것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사실 어렵다. 더구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듣는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잘 들을 줄만 알아도 사람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진실이다. 그리고 잘 듣는다는 것은내 말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개 말이 많은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을 줄 모른다.

'들을 청(聽)'이라는 한자를 파자하면 귀 이(耳), 임금 왕(王), 열 십(十), 눈 목(目), 한 일(一), 마음 심(心)으로 되어 있다. 그 의미는 귀를 왕처럼 크게 하고, 열 개의 눈으로 바라보듯 상대에 집중해서, 상대와 한 마음이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제대로 듣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갈밭에 수레 구르듯 요란하기만 한 사람이 잘 들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듣는다는 것은 어떤 인격적 완성의 조건이 필요하다. 말을 배우는 데는 2 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 년이 걸린다는 말도 있다.

말하기보다는 잘 듣기 위한 자세를 배워야겠다. 이청득심(以聽得心) - 단지 들음으로써 상대방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데 이보다 더 큰 복음이 어디 있을까. 좀더 침묵하자. 그것은 말과 동시에 내면의 침묵이기도 하다. 바람이 잠들어야 호수도 고요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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