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공자의 인(仁)

샌. 2008. 12. 24. 07:49

노장의 도(道)에 비해 공자의 인(仁) 개념은 훨씬 구체적이다. 도가 궁극적 실재를 가리키는 사변적 개념이라면, 인은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개념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인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개의 사상 용어가 그렇듯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곤란하다. 붓다의 '자비'와 예수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논어(論語)에는 '인(仁)'이라는 단어가108 번이나 나온다고 한다. 그만큼 '인'은 공자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인을 무엇이라 정의하든 인에는 세상이나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다. 도나 자비보다도 훨씬 더 현실에 관한 관심이 짙다. 왕필(王弼)이 공자는 무위(無爲)를 완전히 알아서 체화하였기에 노자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다.

논어에서 '인'이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는 몇 구절을 뽑아 보았다.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 효도와 공경은 인을 행하는 근본이다.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공자가 말했다. 좋은 말만 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는 사람은 인을 행하기가 어렵다.


子曰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공자가 말했다. 사람으로서 인을 행하지 못하면 예(禮)가 무슨 소용이며, 사람으로서 인을 행하지 못하면 악(樂)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君子去仁 惡乎成名

군자가 인을 떠나면 어찌 명성을 이룰 수 있겠는가?


樊遲問仁 曰仁者 先難而後獲 可謂仁矣

번지가 인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말했다. 인자는 어려운 이을 먼저 하고 얻는 것을 뒤로 하니, 이것은 인이라 할 수 있다.


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공자가 말했다.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하며, 지자는 동적이고 인자는 정적이며, 지자는 낙천적이고 인자는 장수한다.


子貢曰 如有博施於民 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

子曰 何事於仁 必也聖乎 堯舜其猶病諸

자공이 말했다. 만일 백성에게 은혜를 널리 베풀어 많은 사람을 구제한다면 어떻습니까? 인하다고 할 만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어찌 인할 뿐이겠는가? 그는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요순도 그렇게 하기에는 부족함을 느꼈을 것이다.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인자는 자신이 서고자 하므로 남도 서게 하고, 자신이 통달하고자 하므로 남도 통달하게 한다.


顔淵問仁 子曰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仁乎哉

안연이 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사욕을 이겨 예로 돌아감이 인을 행하는 것이니, 하루 동안이라도 극기복례하면 천하가 인을 허여한다. 인을 행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으니 어찌 남에게 달려 있겠는가?

樊遲問仁 子曰 愛人

번지가 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子張 問仁於孔子 孔子曰 能行五者於天下 爲仁矣

請問之 曰 恭寬信敏惠 恭則不侮 寬則得衆 信則人任焉 敏則有功 惠則足以使人

자장이 공자에게 인을 묻자 공자가 말했다. 다섯 가지를 천하에 행할 수 있으면 인을 이루게 된다.

자장이 가르쳐 주기를 청하자 답했다. 이는 공손함, 너그러움, 믿음, 민첩함, 은혜로움이다. 공손하면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너그러우면 뭇사람을 얻을 수 있으며 믿음이 있으면 남들이 의지하며 민첩하면 공이 있고 은혜로우면 충분히 남을 부릴 수 있다.


子夏曰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자하가 말했다. 배우기를 널리 하고 뜻을 독실하게 하며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을 생각하면 인은 저절로 된다.


子曰 剛毅木訥近矣

공자가 말했다. 강하고 굳세고 질박하고 어눌함이 인에 가깝다.

제자들도 인에 대해서 공자에게 질문을 많이 한 것 같다.그런데 공자의 대답은 제자에 따라 달랐다. 그중에서 가장 간단한 것은 번지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번지가 인이 무엇인지를 묻자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라고 했다. 아마 번지는 그런 면에서 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러나 공자가 말하는 인이란 단순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세상과 타인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이익도 챙기는 것,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천하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 공자가 말한 인의 개념에 가깝게 보인다. 그런 인을 실천하는 사람이 군자이고, 군자는 공자의 이상적 인간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짧은 인생을 한 번만 살다 간다. 그러나 소중하게 주어진 그 시간을 제대로 살기는 쉽지 않다. 한 해를 보내는 연말이 되어도 아쉬움이 남는데 회한 없이 죽음을 맞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가벼운 처세술의 말보다는 옛 성현의 말씀이 바른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옛 사람의 지혜의 가르침을 통해서 내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다면 정도(正道)에서 크게 멀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선인들의 가르침을 궁구하는 이유다. 좀더 사려 깊고 성찰하는 사람이 되길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