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샌. 2008. 12. 5. 09:27

얼마 전에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는 다큐 필름을 보았다. 거기에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고통 받는 가난한 집안의 젊은이들 모습이 많이 나왔다. 등록금 때문에 밤 새워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휴학을 하거나 입대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제약의 성능 시험에 참여해서 하루에 열두 번씩이나 피를 뽑기도 했다. 그래도 돈을 벌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니까좋다며 씁쓰레하게 웃는 표정에 마음이 아팠다. 예전부터 대학은 우골탑으로 불리며 자식을 대학에 보내자면 기둥 뿌리 하나는 빠져나가야 했다. 공부 시킬 돈을 장만하기 위한 학부모의 고통 역시 당사자인 학생에 못잖다.


지금은 대학 등록금이 년 1천만 원에 가까워졌다. 부유한 집은 걱정이 없을지 몰라도 대학에 다니는 자식이 있는 많은 가정은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휜다. 나도 연년생 두 자식이 대학생이었을 때 대부분을 은행에서 융자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제대로 공부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학 측에서는 교육의 질을 위해 고액 등록금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많은 학생과 가정을 고통 속에 빠뜨리면서 교육의 질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의 뻥튀기 예산을 줄이고 정부나 재단 지원금을 확대해서 등록금은 최소한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독일이나 프랑스, 북유럽 국가들처럼 교육의 공공성 차원에서 교육비 부담을 없애야 한다. 현재 사립대학에 대한 국고 보조금이 우리나라는 4.7 %에 불과한데 미국은 19 %, 영국은 35 %로 큰 차이가 난다.


주거와 의료와 교육은 국가에서 담당해주는 것이 제대로 된 나라라고 나는 믿고 있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 나라. 돈이 없어서 교육 받을 기회마저 앗기는 나라가 어찌 인간이 사는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돈이 많아야 최고의 서비스와 혜택을 받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고 그 권리가 세습된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지는 명약관화하다. 모든 사람들이 돈만 벌기 위해 아등바등거리며 피나는 경쟁 속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의 형편이 별반 그와 다르지 않다. 돈 벌어 집 장만할 걱정이나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만 없어도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 같다. 교육뿐 아니라 보건복지 부문에서도 공공성이 보장되는 유럽 쪽 모델을 닮을 수는 없을까?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쪽 사람들의 가난한 모습에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동족으로서 안타까워하기도 하지만 숨겨진 내면에는 우월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 한 수 아래로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물질적인 측면 외에 삶의 다른 모습을 보려는 노력은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북쪽은 남한 같은 스트레스 사회는 아닌 것 같다. 거기는 주거와 의료와 교육이 기본으로 평등하게 제공되는 사회로 보인다. 아이를 낳아도 국가에서 육아를 맡아주므로 우리처럼 육아 문제로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얼마나 스트레스 사회인지는 홍콩을 제외하면 세계 1위의 저출산율 국가라는 사실이 대변해준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권에 대해서 얼마나 공공성이 담보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 선택은 국민의 몫인데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그와 반대되는 인물을 지도자로 뽑았다. 경쟁과 능력이 강조되면서 복지 분야는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 토지공개념이나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정당의 지지율은 10 %에도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경제를 제일 잘 챙길 것 같아서 뽑은 지도자가 가장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아무리 대외 여건 탓이라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고통의 과정도 분명 우리에게 교훈이 되는 바가 있을 것이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을 때 ‘돈’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이 오자면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탐욕의 불길을 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원판이 변하지 않는 한 그런 세상을 고대하는 것은 감나무 밑에 누워서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일지 모른다. 현실적으로는 어찌되었든 정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부유한 계층이 좀 희생하더라도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었으면 하는 게 나의 희망이다. 질 높은 의료나 교육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사람을 없애는데 정책의 우선순위가 두어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번에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는 다큐를 보면서 느낀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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