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웃음 90 초, 근심 3 시간

샌. 2008. 10. 24. 12:12

모 기업에서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재미있는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하루 평균 10 회를 웃는데, 한번에 평균 9 초를 웃는다고 한다. 대신에 걱정하고 근심하는 시간은 하루에 3 시간 6 분으로 나왔다. 즐거워하는 시간보다 근심에 잠긴 시간이 124 배나 되는 것이다. 일생을 80 년이라 가정하면 사람은 평생에 30 일을 웃는 반면, 10 년여는 근심 걱정에 싸여 살아간다는 얘기다.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이 실감 난다. 잠자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많은 시간을 근심과 걱정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뭐 특별히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조사이지만 세상을 사는 일이 누구에게나 그렇게 녹녹치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근심 걱정의 양이 아니라 거기에 매몰되는 삶이 문제가 아닐까. 사람들이 무엇을 그렇게 노심초사하는지 조사했다면 아마 더욱 흥미진진했을 것 같다. 그러나 근심과 고민이 우리를 탈일상(脫日常)의 세계로 이끌기도 한다. 일상의 근심에서 그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 거기서 근심의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다. 먹이에만 집착하는 돼지는 다른 걱정이 있을 수 없다. 고민하지 않는 돼지는 우리 밖의 세상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인간의 일생 중 가장 많이 웃을 때는 갓 세상에 나온 갓난아이 시기일 것이다. 배냇짓이라고 잠잘 때도 웃고 별 이유도 없이 그냥 웃는다. 마치 인간은 원래부터 기쁘고 행복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 주려는 듯 한 갓난아이의 천진한 웃음은 우리를 경탄케 한다. 그 다음으로는 소녀들이 아닐까. 가랑잎만 굴러가도 웃는다는 그때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 할 수 있다. 또한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훨씬 더 자주 웃는다. 그러고 보니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웃음을 잃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하루에 웃는 시간이 2 분도 채 되지 못하는 현실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고 각박하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삶에서 근심 없기를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근심 가운데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이 마음의 여유라면, 살기가 힘들어진다고 찡그리기만 할 게 아니라 그냥 허허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큰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짜 웃음은 소유나 욕망의 충족을 넘어선, 존재의 기쁨에서 솟아나오는 웃음일 것이다. 빗님 오신 뒤 가을 하늘이 더욱 높고 푸르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  (0) 2008.11.21
참살이 공동체의 성공 조건  (0) 2008.11.05
B 선배의 귀농  (0) 2008.10.15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0) 2008.09.15
은둔형 외톨이의 변명  (1) 2008.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