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샌. 2008. 9. 15. 17:09

예수는 말했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뺨을 때린다는 것은모욕적인 행위다. 더구나 오른손잡이가 상대방의오른뺨을 때리기 위해서는손등으로 쳐야 하는데 이는 더욱 모욕적이다. 이럴 때 왼뺨마저 돌려 대어준다는 것은 항복이나 복종이 아니라 저항의 표시다. 너의 부당한 행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다. 네가 나를 수치스럽게 할 수 없다는 무언의 항의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내주어라.”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라는 말도 같은 의미다. 그런 포기의 행위에는 내어주지만 꺾이지는 않는 저항 정신이 들어있다. 불의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지만 폭력적 방법이 아니라 체제를 무시하고 참여하기를 포기하는 완전한 내어줌이다. 이런 것을 예수의 ‘포기의 혁명’ 또는 ‘아래로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예수는 기존의 가치체계에 도전하며 불의를 드러내고자 했다. 당시 팔레스타인에서 민중을 피폐시키는 부와 권력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신약성서에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나 율법학자들, 성전에서 이익을 취하는 무리들에 대해 불같이 화를 내는 예수의 모습이그려져 있다. 그러나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방법으로 불의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런 전복은 또 다른 불의를 낳을 뿐이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는 마치 씨가 땅에서 썩어야 큰 나무가 되듯 포기와 버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예수는 끊임없이 낮아지라고 요구한다. 사회의 계층 피라미드에서 아래로 내려갈 것을 말한다. 아래가 고통 받는 민중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만 악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로 상승하기를 포기하고 아래로 내려가기를 택할 때 체제의 질서는 소리 없이 파괴된다. 그것은 조용하지만 근원적인 혁명이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는 권유는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폭력의 체제에 순응하는 나약한 모습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고 넘어서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다. 너희들이 차린 썩은 잔치판에 결코 참여할 수 없다는 결단이다. 그러므로 예수 믿기는 삶의 방향을 180도로 바꾸는 엄숙한 결단이다. 내가 신약에서 읽은 예수의 정신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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