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은둔형 외톨이의 변명

샌. 2008. 8. 16. 11:47

컴퓨터나 인터넷의 발달이 도리어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불안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있다. 익명의 사람들과 전지구적 규모로 연결이 되지만 온라인으로서의 한계와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과다한 숫자 탓이라고 한다. 인간은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공적 자아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의 최대 인원은 약 150 명 정도라는 것이다. 정보화 및 세계화로의 이행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집단의 크기를 팽창시켰고 이전에 있었던 작은 공동체들이 해체되면서 개개인은 소외, 불안, 자존감 결핍에 시달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사무실에 컴퓨터가 들어오면서 인간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컴퓨터는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거대한 네크워크지만 컴퓨터와 대면한다는 것은 철저히 독립적이며 개별적인 행위이다. 많은 사람과 접촉을 하지만 따스한 체온과 눈빛을 느끼지는 못한다. 말 그대로 군중 속의 고독이다. 그리고 컴퓨터에 의해 이전의 소규모 공동체는 쇠퇴하고 시스템 자체가 중앙으로 집중화 되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불안의 원인이 일부 이런 데서 기인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 문화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나 왕따를 낳고 그 피해자들은 사회에 대한 적대감을 품는다. 심하면 무차별적인 살상 행위로까지 연결되는데, 이것은 정보화 사회나 거대사회가 주는 어두운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현상들 중의 하나에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가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90 년대부터 사회문제화가 되었다고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으며 불안과 공포가 고조되면서 현실을 증오한다. 심할 경우 두문불출하며 세상과의 관계를 끊는다.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주로 온라인상으로 세상과 접촉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규칙이나 관습 등을 부정하고 현실체제에 반항하는 아웃사이더적 특징이 있다. 대신에 환상의 세계에 안주하려 한다. 현실에 대한 부적응은 진리나 이상세계, 또는 종교에 대한 몰입으로 나타난다. 심각하지 않아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는 현대사회의 또 다른 그늘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나도 은둔형 외톨이의 성향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것이 컴퓨터의 영향이기 보다는 어릴 때부터의 성향이 그러했다는 차이만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경향이 약화되기는커녕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지금 내 유일한 바람이 세상과의 접촉을 끊고 산 속에 들어가 홀로 살고 싶은 것이다. 이런 심리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부적응이 도피라는 형태의 방어기재로 표현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변명인지 몰라도 나는 나의 이런 성향을 부끄러워하거나 걱정하지는 않는다.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대로의 길이 있지, 일반적 의미에서 표준이 되는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병적인 것이 아니라면 각자의 길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어떤 틀에 맞춰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통해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이 세상에서의 인간의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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