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3

미국은 싫어

옛날에는 커피와 설탕, 크림이 따로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각자 적당한 비율로 타 마시면 되었다. 내 입맛에는 커피 한 스푼 반에 설탕과 크림을 각각 두 스푼씩 넣는 게 제일 적당했다. 지금은 편리한 믹스 커피가 나와서 비율을 고민하지 않고 뜨거운 물에 넣기만 하면 된다. 믹스 커피는 국민의 표준 입맛이 되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믹스 커피 애호가였다. 무조건 믹스 커피, 아니면 자판기 커피만 고집했다. 수십 년간 인이 박힌 달달한 맛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믹스 커피가 건강에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하루에 두세 봉지 정도야 무슨 영향이 있겠냐 싶었다. 그런데 최근에 커피 취향이 바뀌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설탕과 크림이 없는 커피를 마셔야 할 때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쓴 커피를 맛보면..

길위의단상 2016.02.20

커피 반 잔

속이 탈이 나서 일주일째 죽이나 싱거운 밥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 좋아하는 술과 커피는 입에도 대지 못한다. 일년에 한 두 차례, 알코올과 커피가 과할 때는 꼭 이렇게 탈이 난다. 원래 위와 장이 부실해서 작은 찬 기운에도 설사가 나는데, 사실 술, 고기, 커피 같은 것이 내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쩌다 이런 걸 과용하게 되면 속이 쓰리면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럴 때 상당 기간 기호품을 끊고 음식을 조심하면 다시 원 상태로 회복된다. 오늘은 옆 사람이 마시는 커피 향기를 견디지 못해 반 잔만 타서 마셔본다. 그리고 입안에 감도는 향기를 천천히 음미한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복이다. 오늘따라 먹고 싶은 것도 많다. 튀김도 먹고 싶고, 크림빵도 먹고..

사진속일상 2004.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