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이웃에서 준 풍선초 씨를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심었다. 곧 싹이 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덩굴이 위로 뻗어올랐다. 천정 빨래건조대에 줄 여러 개를 연결해 줬더니 초록 잎이 병풍처럼 자라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풍선초는 이파리, 줄기, 꽃, 열매의 조형미가 뛰어나서 보기에 좋다. 식물 자체도 깔끔하다. 풍선초는 끝이 없을 듯 성장하며 키가 커 갔다. 천정까지는 줄을 연결할 수 없어 건조대를 넘어가는 줄기는 이발하듯 가위로 잘라줬다. 여름 내내 주기적으로 다듬어주는 게 내 일이었다. 몇 달 동안 그렇게 했더니 어느 때부터는 풍선초가 위로 자라는 걸 포기하는 것이었다. 제 몸을 비비 꼬며 건조대 아래서만 놀지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식물도 제 몸에 위해가 가해지는 걸 감지하고 그에 대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