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작가 2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시읽는기쁨 2017.12.27

채식주의자

유명 문학상을 받은 작품과 독자가 받는 감동이 비례하지는 않는다.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럴 때는 전문가는 역시 보는 눈이 다르구나, 하고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올봄에 한강은 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았다. 영미권에서는 꽤 권위 있는 상인 것 같다. 한국 작가가 세계적인 상을 받은 소식은 모두를 기쁘게 했다. 경제나 스포츠 분야에서의 성취에 비해 문학이나 사상 같은 정신적인 면에서는 많이 뒤처져 있었다. 수상을 반기는 건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는 수상 소식을 들은 뒤에 책을 사서 읽어 보았다. 그런데 느낌을 글로 옮기려니 굉장히 막막했다.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소설이 품고 있는 함의를 읽어내기가 내 수준으로는 어려웠다. 큰 상을 받은 작품을 내 멋대로 ..

읽고본느낌 201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