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회 6

셋이서 강릉 1박2일(2)

B가 전세로 얻은 숙소는 강릉 시내에 있는 10평형대의 소형 아파트다. 상시 거주하는 것은 아니고 쉬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와서 지낸다고 한다. 견물생심이라고 나도 이런 집 하나 가져볼까, 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마음만 맞는다면 두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면 경비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둘째 날은 먼저 허난설헌 생가에 들렀다. 여기서는 언제나처럼 생가 주변의 솔숲이 제일 마음에 든다. 솔향을 맡으며 미인송 사이로 아침 산책을 즐겼다. 난설헌의 묘가 우리 고장에 있어서 더욱 애정이 가는 여인이다. 만날 때마다 애잔해지기는 마찬가지다. 허난설헌기념관을 둘러보다가 한 액자에 이름을 '虛'난설헌이라고 잘못 적은 걸 보고 실소했다. 이런 무신경을 어찌 할꼬. 다시 바닷가를 찾았다...

사진속일상 2023.06.14

셋이서 강릉 1박2일(1)

콧구멍에 바닷바람을 쐬러 가자는 제안에 셋이서 길을 나섰다. 마침 B가 강릉에 마련해 둔 작은 아파트가 있어서 숙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구름 많고 바람 선선한 초여름의 한 날이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점심은 강릉 초당순두부를 맛봤다. 초당순두부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근래에는 찾지 않았는데 이번에 B가 추천한 '차현희순두부청국장'은 그런 선입견을 불식해줬다. 다음에는 청국장 맛도 보고 싶어지는 집이었다. 먼저 강문해변에 들렀다. 강문해변은 작은 천을 경계로 경포해변과 나란한 곳이다. 강문해변과 송정해변은 아름다운 솔숲길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길을 보면 걷지 않을 수가 없다. 경포해변, 강문해변, 송정해변, 안목해변으로 이어지는 푸른 바다와 백사장, 송림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멋진 풍경..

사진속일상 2023.06.14

한강회의 영주 나들이

한강회 네 명이 1년 만에 만나서 영주 나들이에 나섰다. 부석사와 무섬마을에 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고향이랍시고 내가 안내하는 꼴이 되었다. 9시에 곤지암역에서 합류하여 소머리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먼저 무섬마을로 향했다. 나로서는 영주댐이 완공되고 나서는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댐이 영향이 어떤지 궁금했다. 모래사장은 변함이 없었으나 물은 많이 탁해 보였다. 사람들이 무섬마을을 찾는 이유는 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기 위해서다. 외나무다리는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깨워준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무섬마을은 이 외나무다리를 이용해 외부와 연결되었다. 내성천 모래사장은 정말 아름답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는 풍경이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

사진속일상 2023.05.31

3년 만의 모임

코로나로 못 만난지 3년 만에 한강회 모임을 송추에서 가졌다. 북한산 둘레길에 들어섰는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하여 잠깐만 걷다가 돌아섰다. 등산로 입구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렸다며 입산 통제 입간판이 세워졌다. 사람은 처음과 마지막을 각별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첫 발령을 받은 직장과 마지막에 명퇴를 한 직장에 유독 애정이 간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처음은 처음이라서, 끝은 끝이라서 그렇다. 한강회는 내 마지막 직장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이다. 넷 중에 셋은 코로나를 피했고, 한 사람은 두 차례나 걸렸다고 한다. 그나마 쉽게 지나갔다니 다행이다. 점심 식사 후에 카페에 들렀는데 넓은 실내가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나는 자꾸만 움츠러들었는데 이젠 코로나를 아무도..

사진속일상 2022.06.23

2019년 가을 창경궁

거의 2년 만에 연락이 된 전 직장 동료 넷이 서울에서 만났다. 때가 가을인지라 내 제안으로 창경궁 단풍 감상을 겸해 고궁에 모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반가웠고, 옛날 직장 생활 얘기에 웃음꽃이 피었다. 올 단풍은 예년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창경궁만 아니라 다른 곳 단풍도 맑은 맛이 떨어진다. 그래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버스 타고 가는 길가에서 본 글귀다. 옳거니, 하며 무릎을 쳤다. 어쩌면 봄보다 더 화려한 계절이 가을이다. 식물은 제 마지막을 이리도 아름답게 장식한다. 억지로 하려는 게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허나 사람은 어떠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 그루 나무를 닮을 수 없다. 창경궁을 한 바퀴 돈 뒤 ..

사진속일상 2019.11.06

화진포에 다녀오다

전 직장 동료들과 화진포를 중심으로 한 고성 지역을 둘러보고 왔다. 1박을 생각했는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당일치기 나들이였다. 먼 곳이라 하루길이 어떨까 싶었는데도로 상태가 좋아 별로 힘들지 않았다. 길이 대부분 4차선 도로로 확장되어 있어 서울에서 동해 바다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지나는 길에 건봉사에 잠시 들리고화진포(花津浦)로 갔다. 김일성 별장에서 보는 호수와 바다가 절경이었다. 이곳에 김일성을 비롯해 이승만과 이기붕 별장이 있었던 이유을 알 것 같았다. 산과 호수와 바다, 그리고 나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풍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 여유가 없어 느긋하게 머물며 음미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이라는 명파리(明波里)를 둘러보고 거진항 제비호식당..

사진속일상 201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