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3

찌질한 위인전

인간에게는 누구나 찌질한 면이 있다. 소위 위인이라고 불리는 인물도 예외가 아니다. 보통의 위인전은 찌질한 면은 드러내지 않고 비범한 능력이나 업적만 자랑한다. 지나친 미화에 실상 왜곡이다. 어릴 때는 누구나 위인전을 보며 자란다. 훌륭한 사람을 본받으라지만 지금 돌아보면 위인전이 과연 아이들 인성에 선한 작용을 하는지 의문이 든다. 전쟁을 일으키고 수만 명을 죽인 놈도 위인에 들어가 있다. 은 그런 위인전에 딴지를 건다. 함현식 기자가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모았다. 책에는 아홉 명의 인물이 나온다. 우리가 완전한 사람이 아니듯, 그들 역시 완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적이고 오히려 빛나 보인다. 자신의 약점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찌질함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맞서 싸우면서 역사에 ..

읽고본느낌 2021.08.19

허균의 생각

허균(許筠, 1569~1618)은 매력적인 인물이다. 나는 이런 반골 기질에 끌린다. 허균은 성리학과 유교적 가치관을 하찮게 여기고 지배 이념에 정면으로 저항했다. 비록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지만 그의 정신은 수많은 조무래기 사이에서 우뚝하다. 체제의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며 편안하게 일생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적시하고 저항적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허균은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 비록 소수지만 이런 사람들로 인하여 역사는 빛난다. 이이화 선생이 쓴 은 허균이 쓴 글을 중심으로 정치, 학문, 문학, 세 분야에서 허균이 어떤 사람인지 밝힌다. 내용이 건조하긴 하나 대신 객관적이다. 허균의 생각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초판이 1980년에 나왔는데 서슬 퍼렇던 당시에는..

읽고본느낌 2015.03.21

한정록

빗소리를 들으며 을 읽는다. 은 허균(許筠)이 42세 때, 중국의 고서들에서 선비들의 한적한 삶을 그린 글을 모아 편집한 책이다. 당시는 어렵게 진출했던 공직에서 쫓겨나는 등 허균으로서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아마 그 자신 은둔의 삶을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서(序)에서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라 찬찬하지 못하였고, 또 부형父兄이나 스승 또는 훈장이 없어서 예법 있는 행동이 없었다. 또 조그마한 기예技藝는 세상에 보탬이 될 만하지도 못하면서도 스물한 살에 상투를 싸매고 과거를 보아 조정에 나갔다. 그러나 경박하고 거침이 없는 행동에 당세 권세가에게 미움을 받게 되어, 나는 마침내 노장老莊이나 불교 같은 데로 도피하여, 형해形骸를 벗어나고 득실得失을 ..

읽고본느낌 201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