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6

가슴에 박힌 가시들

학폭을 소재로 한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인기인 모양이다. 드라마가 일부 사람들의 아픈 기억을 소환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복수극에 통쾌해하는 것 같다.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녔던 60년대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가 거의 없었다. 힘깨나 쓰는 치들은 저희들끼리 놀았고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학폭이나 왕따라는 못된 문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학폭과 함께 교폭(교사 폭력)에 대한 비난 글도 많이 올라온다. 그 시절에 교사한테서 억울한 체벌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개중에는 교사 실명을 공개하며 적의를 드러내는 글도 있다. 지금 기준으로 하면 당시의 교사들은 상당수가 처벌 대상이 되고 감옥에 갈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랑의 매가 아닌 교사의 감정을 못 이긴 채 어린..

참살이의꿈 2023.03.21

후회

세계 정상을 정복하고 자신의 목표를 이룬 사람에게도 후회가 있을까? 어느 신문에서 조치훈 9단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다. 올해로 입단 50주년을 맞은 조치훈 9단에게 감회를 묻자 첫마디가 "후회가 많아요"였다. "술 먹는 시간 줄이고 열심히 공부했다면 더 잘했을 텐데, 하고 후회해요. 더 많은 승리나 타이틀을 놓쳐서만은 아니예요. 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바둑만 보고 살아온 인생이잖아요. 게으름 피우지 않고 공부했다면 스스로 만족하는 바둑을 두었을 테고,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었겠지요." 무엇보다 자신이 납득하는 인생을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후회 없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 아쉬움이라고 해도 좋다. 과거를 돌아보며 슬퍼지는 것은 인생의 매듭마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

참살이의꿈 2018.06.02

두고 온 것들 / 황지우

반갑게 악수하고 마주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빈말들한테 미안해, 창문을 좀 열어두려고 일어난다. 신이문역으로 전철이 들어오고, 그도 눈치챘으리라, 또 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그가 돌아간 뒤 방금 들은 식당이름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나에게 지워진 사람들, 주소도 안 떠오르는 거리들, 약속 장소와 날짜들,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 지켰어야 했던 것들과 갚아야 할 것들; 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세상에다가 그냥 두고 왔을꼬! 어느날 내가 살었는지 안 살었는지도 모를 삶이여 좀더 곁에 있어줬어야 할 사람, 이별을 깨끗하게 못해준 사람, 아니라고 하지만 뭔가 기대를 했을 사람을 그냥 두고 온 거기, 訃告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제주 風蘭 한 ..

시읽는기쁨 2010.12.19

세월이 오며는 / 김대중

세월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넓고 큰 광장에서 춤을 추면서 깃발을 높이 들고 만세 부르며 얼굴을 부비댄채 얼싸안아요 세월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눈물과 한숨을 걷어치우고 운명의 저줄랑 하지 말 것을 하나님은 결코 죽지 않아요 세월이 오며는 다시 만나요 입춘의 매화가 어서 피도록 대지의 먼동이 빨리 트도록 생명의 몸부림을 끊지 말아요 - 세월이 오며는 / 김대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오늘 열린다. 약 3 개월 사이에 전직 두 대통령이 운명하시게 되었다. 묘하게도 두 분 다 진보쪽을 대표하는 분들이어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이 시는 김 전 대통령이 1973년 6월 16일 일본에서 미국 달라스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쓴 것으로적혀 있다. 당시 비행기에서 이 시를 받은 사람이 이번에 처음 공개한 것이다. 19..

시읽는기쁨 2009.08.23

후회하면 안 돼!

서울을 떠나 시골로 거처를 옮긴 후배와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후배는 탈서울한지 벌써 5년이 되니 이젠 안정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집에 가 보아도 모든 것이 틀이 잡혀 있어 부러울 때가 많다. 나무들도 언제 그렇게 컸는지 처음 심었을 때는 보잘 것이 없었는데 이젠 집을 가릴 정도의 탐스런 나무로 자라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답고 멋진 전원 주택이지만 그만큼 가꾸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들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후배가 자리잡은 곳은 마석에 있는 전원 주택 단지이다. 20필지 정도의 규모로 업자가 개발해 놓은 것인데 땅을 구입해서 집을 지어 입주했다. 대부분 외지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단지에 들어가는 것이 원주민들의 텃세나 생소한 환경..

참살이의꿈 2004.08.22

후회없는 선택이 어디 있으랴

후회 없는 선택이 어디 있으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하늘도 때때로 눈물을 흘리나니 바다도 자주 아프게 흔들리나니 외로운 사람이 어디 혼자 뿐이랴 사람들의 슬픈 가슴을 보아라 그래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아라 사람아 묵묵히 너의 길을 가라 이 세상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나니 무릎 펴고 다시 일어나 너의 길을 가라

참살이의꿈 2003.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