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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나팔꽃

고향집 울타리를 따라가며 나팔꽃이 피어 있다. 돌담을 지나고, 기와 덮개를 지나고, 버려진 슬레이트를 지난다. 소년 시절의 꽃으로 기억나는 건 화단의 붉은 채송화, 그리고 가꾸지 않아도 덩굴을 뻗으며 자라던 나팔꽃이다. 지금 이 꽃은 50년 전 그 나팔꽃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나팔꽃의 꽃말이 '덧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아침에 피었다가 낮이면 꽃잎을 닫아버리는 모양에서 사람 사이의 사랑을 연상했는지 모른다. 삶도 다르지 않다. 결국은 '덧없음'으로 귀결되는 게 우리 인생이 아닐까. 나팔꽃에서는 힘찬 팡파르 대신 애조 서린 가락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한쪽 시력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 위에 놓아둔 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꾸 웃으시는 아버지 - ..

꽃들의향기 2015.09.04

서울둘레길 걷기(11)

지난 번에 비로 중단했던 낙성대에서 서울둘레길 11차 걷기를 시작한다. 5코스 관악산길 후반부 9km를 걷는다. 한 달에 두 번씩 행하는 이 걷기는 동기들 만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늘 그 얼굴이긴 해도 정기적인 만남이 있다는 건 의미가 크다. 다른 과에서는 우리를 부러워한다. 낙성대(落星垈) 강감찬 장군 동상. 948년에 이곳에서 장군이 태어났다. 그날 하늘에서 여기로 큰 별이 떨어졌다고 한다. 산길의 망태버섯. 삼성산 자락에 있는 호압사(虎壓寺). 호환을 줄이기 위해 태종 때 세운 절이라고 한다. 때죽나무 연리지. 관악산을 지나는 서울둘레길 5코스(12.7km)는 오르내림이 적당한 산길이다. 호압사 주변은 산림욕장을 비롯해 걷기 좋은 산책길을 잘 조성해 놓았다. 이런 길은 걸을수록 산의 정기를 받으..

사진속일상 201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