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01]

샌. 2010. 1. 2. 09:18

외발 짐승인 기는 발이 많은 노래기를 부러워하고

노래기는 뱀을 부러워하고

뱀은 바람을 부러워하고

바람은 눈을 부러워하고

눈은 마음을 부러워한다.

기가 노래기에게 말했다.

"나는 외발이라 깡충깡충 걸어야 한다.

나는 너만 못하다.

너는 수많은 발을 부리는데

나만 이게 무슨 꼴인가?"

 

기燐현

현燐蛇

蛇燐風

風燐目

目燐心

기謂현曰

吾以一足 참초而行

예无如矣

今子之使萬足

獨奈何

 

- 秋水 7

 

상대와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것 때문에 마음앓이를 하는 것은 인간 공통의 병인 것 같다. 열등의식은 시기와 질투로 이어지는데 그 배경에는 끝없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서도 발 가진 것은 발이 많은 것을 부러워하고, 발이 많은 것은 발이 없는 것을 부러워하고, 발이 없는 것은 형체가 없는 것을 부러워한다. 하늘은지렁이는 땅을 기게 하고, 새는 하늘을 날게 했다.땅을 기는 것들도 속도가 제각각이다. 이동 기능이나 빠르기에는 우열이 있고 상대적이다. 대신에 다른 역할에서는 또나름대로의 차이가 있다. 새는 죽어도 땅을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생명체는 기능의 비교로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늘이 준 품성 그대로 존재하는 것으로 가치가 있다. 노래기는 노래기고 기는 기일 뿐이다. 다른 사람을 따라가고 흉내내려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얼굴이 못 생긴 동시(東施)는 미녀인 서시(西施)를 부러워했다. 서시는 가슴이 아파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 다녔는데 동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싶어 서시를 따라 찡그린 얼굴을 하고 다녔다. 안 그래도 미운 얼굴이 더욱 찌그러졌으니 사람들이 다 놀라 달아났다고 한다. 쓸데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흉내를 내다가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글에서 부러움의 최종 단계가 눈[目]과 마음[心]이다. 눈과 마음의 빠르기가 최고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그 눈과 마음은 모두가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도 노래기도 뱀도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결국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자신 속에있다. 바깥은 향하면 탐욕과 허기에 시달리지만, 시선을 안으로 향하면 거기서 하늘을 발견할 수 있다. 명예나 재물 같은 외물에 시달리며 살 것인가, 아니면 시선을 돌려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인가는 우리 각자의 몫이 아닐까. 올해에는 이런 불평이 적어졌으면 좋겠다. "나는 너만 못하다." "나만 이게 무슨 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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