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룡을 꺼리지 않고 물길을 가는 것은
어부의 용기이며,
맹수를 꺼리지 않고 산길을 가는 것은
사냥꾼의 용기이며,
흰 칼날이 번뜩이는 앞에서 죽음을 삶처럼 보는 것은
열사의 용기이며,
곤궁함은 운명임을 알고 형통함은 시세임을 알아
큰 난관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성인의 용기다.
유(由)는 안심하라! 내 운명은 하늘이 결정할 것이다.
夫水行 不避蛟龍者
漁父之勇也
陸行 不避시虎者
獵夫之勇也
白刃交於前 視死若生者
烈士之勇也
知窮之有命 知通之有時
臨大難而不懼者
聖人之勇也
由處矣 吾命有所制矣
- 秋水 8
요사이 <생각의 역사>라는 무척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 거기에 동양 사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공자는 한 페이지 정도, 노자는 반 페이지 정도 할애하고 있는데 장자는 딱 한 줄이다. 노자를 신비주의자라고 설명하고 나서는 장자를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훗날 위대한 합리주의자인 장자는 그 생각을 비웃었다.' 정말 그럴까?장자를 합리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까?
공자가 광(匡)에서 유세할 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노 나라 장수 양호(陽虎)가 있었는데 그는 포악한 짓을 많이 하여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그런데 공자가 광에 갔을 때 사람들이 양호로 오인하여 일행을 둘러싸고 해치려고 한 것이다.이때 공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파를 타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위 글은 자로(子路)가 "선생님은 어찌 그리 편안하십니까?"하고 물은 데 대한 공자의 대답 중 일부다.
성인은 '하늘의 뜻'에 순응할 줄 안다. '하늘'이 추상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그 하늘이 하는 일을 '명'(命)이라고 불렀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에서 '천명'이라는 말과 같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이 있다. 하늘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명'에 대한 믿음이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공자로 하여금 태연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그런 마음가짐은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내가 잘 나서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時)를 잘 만났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은 옳다. 평범한 일생을 산 수많은 영웅들이 많았다고 말할 수 있다. 동양 사상에는 세상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는 기조가 깔려 있다. 저항과 울분 대신에 체념과 낙관을 가르쳐준다. 그러므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조차도 그를 이기지 못한다. 고난을 이겨내는 힘은 '하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