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상업고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화려한 교문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요사이는 고등학교도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엄청 애쓰고 있다. 다른 학교와는 다른 뭔가 특이한 콘텐츠를 보여줘야 한다.
이 학교는 글로벌 경영인을 내세우면서 이병철과 정주영 사진까지 내걸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기업인의 대명사니 그들을 존경하고 닮고 싶다는데 시비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모두가 재벌이 되려 한다면 이 나라가 과연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인지 한번쯤은 물어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될 수도 없을뿐더러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작은 지구가 견뎌나지도 못할 것이다. 내 머리로 생각하기에는 부자가 아니라 착한 보통 사람들이 많아져야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 같다.
요즈음은 대학 캠퍼스에도 재벌 냄새, 돈 냄새가 가득하다. 이제는 고등학교 교문에도 대표적인 두 재벌의 사진이 걸려 있다. 아이들에게 도전과 진취적 기상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교육자들의 충심이라고 좋게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돈을 버는 데는 귀신이었을지 몰라도 인간적으로는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학교에서 모델로 내 걸 인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설마 학교에서 돈 잘 버는 사람을 키우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도 인간 최고의 덕목은 ‘착함’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 원색의 교문 풍경은 왠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