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기 시작한지 36일째, 오늘은 집을 나와 뒷산길을 조심스레 걸어보았다. 산길과 숲의 내음이 그리워서였다. 올해는 가을 속에 있어도 가을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뒷산의 색깔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것을 볼 뿐 그 속에 들 수는 없었다. 허리 통증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처음에는 정말로 예상치 못했다. 되돌아보니 20년 전 허리 수술을 받은 뒤 잘 지내다가 10년 전에 한 번 호되게 아팠었다. 그때도 휴직을 생각할 정도로 오랫동안 고생했다.그러니 거의 10년 주기로 긴 통증이 찾아오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나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산길에 감회가 새로웠다. 한 달여 전만 해도 날듯이 걸어다닌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길을 걷는 몸이 무겁고 생기도 없다. 느릿느릿 걷는 나를 사람들은 숨을 가쁘게 내뱉으며 추월해 간다. 부럽기도 하고 약이 오르기도 한다. 사람이 온전히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복된 것인지를 절실히 느낀다. 건강의 소중함은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그러나 나는 시간이 문제지 곧 다시정상의 생활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어도 제발 지금의 마음가짐을 잃기 않기를, 건방 떨지 말고너무 큰 것을 바라지 말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게 되기를바란다.
30 분 정도 산책한 뒤 목욕탕에서 얼얼할 정도로 물을 맞았다. 제발 내일 아침에 일어날 때는 가뿐하기를.... 이런 바람이 벌써 한 달이나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