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는 직장 가톨릭회 동료들과 절두산 성지에 갔다. 절두산이 한강 바로 맞은편에 있어 선유도를 거쳐 양화대교를 걸어서 건넜다. 맑았지만 황사가 약간 찾아왔고 바람 센 날이었다. 박물관 1층에는 새로운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순교성지에 들릴 때마다 마음은 착잡해진다. 목숨까지 버리며 지키려고 한 신앙의 본질은 무엇인가? 진리에 대한 확신에 과연 한 점의 의심도 없었을까? 천국에 대한 동경이 그토록 강렬했을까? 아니면 배교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던 것일까? 더구나 이분들은 가톨릭을 정통으로 배우지도 못한 사람들이다. 몇몇 지식인층 외에는 글도 못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그 극심한 고통의 시간들을 이겨내게 했을까? 달콤한 회유를 물리칠 용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이 이분들의 삶 전체가 오직 신앙만으로 충만할 수 있었을까? 성지에 오면 늘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일어난다.
1866년의 병인박해로부터 140여 년이 지난 지금, 피비린내 나던 비극의 현장은 정갈하게 정돈된 성지로 변했다. 그리고 화사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조금은 경건한 표정으로 여기를 찾는다. 눈을 감고 140여 년 전의 현장을 그려보려 하지만 머리만 어지러워진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 미사를 드리고 고백성사를 보아도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갈증,그 하염없는 허기짐의 원인은 무엇일까?
순례 후에는 인근에 있는 하늘공원의 억새를 보러 가려고 했으나 허리가 아파서 포기했다.아픈 것 좀 낫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지만 너무 염치 없는 짓 같아서 ㅠㅠ... 성지 내 휴게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