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엉뚱한 게 궁금하다

샌. 2009. 9. 8. 09:12

지하철에 타서 옆 자리가 비어 있으면 눈을 감는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으로 옆에 앉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보지 않고 과연 얼마나 맞힐 수 있을까? 남자와 여자의 앉는 스타일, 또는 느껴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것일까? 예상과 달리 잘 맞혀지지 않는다. 진동이 크다고 꼭 남자는 아니다. 여자는 얌전하게 앉을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된 선입견이었다. 또 후각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오래 실험하다 보니 감이란 게 있긴 하지만, 그래도 확률은 70%를 넘지 못한다. 눈을 떠서 맞은 걸 확인하는데, 의외의 경우에는 빙긋이 웃기도 한다. 아마 옆 사람은 왜 미소를 짓는지 이유를 모를 것이다. 이것은 무료한 지하철에서 나만이 즐기는 게임이다.


요사이는 별 게 다 궁금하다. 만약 수염을 깎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과연 얼마큼 길었을까가 궁금하기도 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하루에 수염이 자라는 길이는 대략 0.4 mm라고 한다. 그러면 0.4에 365를 곱하고 다시 40을 곱하면 약 5.8 m가 나온다. 내 키의 거의 4배나 된다. 또 사람 키가 청소년기처럼 계속 자란다면 지금쯤은 얼마나 될까라는 것도 생각해 봤다. 1년에 평균 10 cm 정도씩 자라니 지금은 6 m에 이를 것이다. 3층 건물 높이에 해당된다. 묘하게 수염의 길이는 키와 비슷하다. 그럼 몸무게는 지금의 64 배에 이를 테니 거의 4000 kg이 될 것이다. 코끼리보다도 더 무겁다. 그렇다면 사람이 하루에 먹는 음식의 양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잠깐 컸다가 정지한 것은 참 잘된 일이다.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링컨의 지당하고 고마운 말이다. 그런데 동방에 있는 어느 조그만 나라의 지도자 얼굴은 마치 스타킹을 뒤집어쓴 것 같다. 눈이 짓눌려서 보일락 말락 한다. 아니,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스타킹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신하들은 감히 진언을 드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밤손님이 쓰는 도구를 상감마마가 쓰고 있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마음 같아서는 몰래 내전에 들어가 가면을 벗겨 드리고 싶다. 얼마나 힘드실까? 그러나 워낙 경비가 삼엄해 들어갈 수가 없다. 한때는 산성까지도 쌓으신 분이었다. 차라리 투명인간이 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빠를 것 같다.


인도네시아 어느 섬에서 현대문명과 차단된 채 살아온 한 종족이 발견되었다. 그들은 물질적으로는 원시시대에 머물러 있으나, 영적으로는 인류보다 수 십 세기나 앞서 있었다. 그들은 욕망이나 이기심의 조절 능력에서 어느 단계 이상의 진보를 이룬 집단이었다. 특이한 점은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기본구조가 그들에게는 없다는 점이었다. 즉, 가족제도, 종교, 사유재산, 신분의 계층구조가 없는 사회였다. 작은 마을을 소단위로 하며 살아가고 있었으나, 국가라는 개념도 없었다. 물론 전쟁이나 폭력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노자와 장자의 나라’라고 불렀다. 어젯밤에 꾼 꿈이 현실로 등장할 수는 없을까?


신종플루의 대유행이 지나가니 이번에는 사랑을 전염시키는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사람들은 사랑하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 된다. 어떤 대기업의 총수는 이 바리어스에 전염되어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내놓았다. 그는 밤마다 눈물을 흘리며 도리어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전 세계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한반도의 남과 북도 서로 얼싸안게 되지 않을까? 이슬람교와 유대교가, 흑과 백이, 미워하던 사람끼리 서로 포옹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기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기다려도 될까?


가끔은 이런 엉뚱한 게 궁금하다.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야겠다  (0) 2009.09.18
멋진 잠자리를 원하신다면  (1) 2009.09.14
지금 내 나이는  (0) 2009.09.03
한비야가 권하는 24 권의 책  (1) 2009.08.24
한 장의 사진(13)  (0) 2009.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