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살아야겠다

샌. 2009. 9. 18. 09:13

“살아야겠다!” 요즈음 아내가 혼잣말처럼 자주 하는 말이다. 작년에 큰 수술을 받고 차츰 회복되고 있었으나 최근에 몸 상태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해하고 특히 기억력이 완연히 떨어졌다. 집안일도 힘든 것은 하지를 못하고, 차도 오래 타지를 못한다. 한 번 무리를 하면 며칠 동안 꼼짝을 못한다. 지난주에는 억지로 함께 고향을 다녀왔는데 그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보니 본인 마음도 약해지는지 가족들에게 의지를 하려하고 그게 여의치 않을 때는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는다. 더구나 나나 아이들이나 살갑게 보살펴주는 성격이 못되니 서운함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말 한 마디 하는 데도 조심스러워진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웃고 넘어갈 것도 아내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아내는 점점 어린 아이처럼 변해간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되돌아보니 그동안 아픈 아내에게 소홀했던 부분이 많았다. 괜히 엄살을 부리는 것 같아 어떤 부탁은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좀 더 독립적이고 강한 여자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나의 생각이었을 뿐 아내에게 전혀 도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살피고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했음을 반성한다. 아내의 “살아야겠다!”라는 말 속에는 스스로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이 들어있음을 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먹으려 하고 일부러라도 움직이려고 애쓴다. 그 말을 듣고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도대체 남편으로서 힘과 위로가 되어주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신! 너무 서운해 하지 마! 무뚝뚝하긴 하지만 본심은 그렇지 않다는 거 잘 알지? 늘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게. 빨리 나아서 올 가을에는 설악산으로 단풍 보러 가자. 그리고 “여보, 고마워!” 하는 말, 당신으로부터 꼭 듣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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