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관촉사 은진미륵과 덕진 연꽃

샌. 2009. 8. 16. 08:49



전주에 가는 길에 논산에 있는 관촉사에 들러 은진미륵을 만났다. 아마 30년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 아내와 여행 중에 은진미륵을 본 기억이 있어 다시 한 번 그 장소를 가보고 싶었다. 그때는 버스에서 내렸더니 바로 길옆에 미륵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부근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었었는데 초여름의 주변 풍경이 사진에 찍힌 듯 선연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이번에 찾은 은진미륵은 그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기억에서 무언가 착각이 생긴 것 같다. 그럼 머릿속에 새겨진 그곳은 어디일까?


고려 시대 때 창건된 관촉사(灌燭寺)는 어수선한 느낌이 드는 절이었다. 건물의 모양새나 배치가 산만해 보였다. 보통 은진미륵이라고 부르는 석조미륵보살입상(石造彌勒菩薩立像)이 경내에 있다. 이 미륵상은 높이가 18 m에 이르는데,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불이라고 한다. 그러나 크기만 할 뿐 전체적인 균형미나 아름다움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옛 기억을 더듬으려 일부러 찾았지만 되돌아서는 발걸음은 허전했다.






다음날은 덕진공원을 한 바퀴 돌며 연꽃을 구경했다. 때가 지나선지 연꽃은 대부분이 지고 일부만 남아있었다. 지금은 여러 군데서 연을 키우면서 관광자원화 하고 있지만 옛날부터 덕진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꽃밭이었다. 처음에는 바다 같이 넓은 여기 연꽃을 보고 신기해했었는데 세월은 흘렀어도 이곳 연꽃의 풍경은 변한 것이 없다. 다만 20대 청년이 50대의 중년으로 변해서 걸어가고 있다.


날씨는 더웠고 안 그래도 허해진 몸이 더욱 가라앉았다. 몸의 기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이런 상태가 되면 난 잇몸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난다. 잇몸이 아프고 음식도 잘 씹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 며칠 푹 쉬고 싶을 따름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광주 터에도 들렀다. 아파트 공사는 10층 정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몇 년 뒤에는 이곳까지 와서 살게 될까,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는 파노라마 영화처럼 내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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