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이별

샌. 2009. 8. 12. 09:11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1909년에 나셨으니 꼭 100년 동안의 지상에서의 삶이었다. 일찍 남편을 사별하고 세 딸을 홀로 키우신 뒤 나중에는 큰딸 집에서 50여 년을 사셨다. 우리 형제들은 모두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났다. 외손자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넋두리를 자주 들었는데 정말 말처럼 되었다. 마지막 임종이라도 지켜드리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연이 닿지 않았다.


말년의 치매를 앓는 동안 외할머니는 항상 사람을 찾고 기다렸다. 혼자 있는 걸 못 견뎌하셨다. 그만큼 외할머니의 일생에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쌓여 있었다. 이제 외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나니 좀더 살갑고 다정하게 대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짜증이 났을 때는 좀 빨리 가셨으면 하고 바랐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옆에서 딸의 시중을 받으시며 천수를 다하셨다는 데서 위안을 받는다. 임종하신 뒤의 얼굴은 그렇게 편안할 수 없었다.


장례 후 화장을 한 뒤 유골은 선산 부모님 묘소 곁에 산골했다. 외할머니의 안식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