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국수에서 양수까지 부용산길을 걷다

샌. 2009. 8. 4. 19:09



중앙선 전철이 국수역까지 다니기 때문에 부근 산들이 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대표적인 산이 청계산과 부용산이다. 청계와 부용은 산 이름으로 흔히 쓰이므로 다른 지역에도 같은 이름의 산들이 많다. 여기서 청계산은 양평에, 부용산은 남양주에 속해 있는 산이다.


전철 국수역에서 내려 작은 마을을 지나면 바로 청계산 진입로다. 등산 안내 표시판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산에 들면 완만한 경사의 걷기 좋은 흙길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청계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선 형제봉(509m)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숨을 고르며 쉰다. 오늘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말 그대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별로 높지 않은 산이건만 엄청 힘이 든다.


형제봉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청계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부용산으로 가는 길이다. 원래는 청계산에 다녀와서 다시 부용산으로 향하려 했지만 날씨 탓에 너무 힘들 것 같아 청계산행은 포기한다. 부용산으로 향하는 길에 드니 드문드문 하던 사람들마저 사라지고 인적 끊긴 산길이 조용하다. 길은 급경사 내리막을 한참 동안 내려가야 한다. 내려갈수록 다시 부용산에 오르는 길은 힘들어질 테니 반가운 일도 아니다. 원체 걷는 걸 좋아하는 바지만 오늘 같이 힘든 날도 별로 없다.




산길에서는 묵뫼를 가끔씩 만난다. 이 무덤은 석물도 쓰러지고 봉분에는 소나무도 자라고 있다. 저 정도로 나무가 자랐다면 버려진지도 꽤 되었을 것이다. 이 높은 산중에 저런 석물을 세우자면 꽤 잘 나가는 집안이었음이 분명하다. 당시는 애통의 눈물들이 무덤을 적셨으리라. 그런데 세월은 흘러 모든 것이 잊혀지고 찾는 사람도 없다. 망자는 흙으로 돌아갔다. 서러워할 것도 아쉬워할 것도 없다. 자연의 순리가 그러한 것이다.




형제봉에서 부용산으로 연결되는 산줄기는 남한강을 따라가며 계속된다. 그러나 나무들 때문에 강의 전망은 열리지 않는다. 힘들게 부용산에 오른다. 높이가 366m밖에 안 되는데도 기진맥진이다. 부용산 정상에서는 양수리 방향으로 시야가 트여 있다. 멀리 운길산이 보이고 두물머리에 자리 잡은 양수리 마을, 서울로 이어지는 도로가 아름답다. 저 길은 자주 이용하는 터인데 이렇게 높은 데서 내려다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산길에서 연리근을 만난다. 등산로를 가로지르며 두 나무의 뿌리가 붙어있는 게 그대로 드러나 있다. 둘이서 얼마나 사모했으면 저렇게 한 몸이 되어 떨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사람들 발길에 밟히는 모습이 아프다.


부용산에서 양수리로 내려오는 길에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다. 이 길도 생각보다 길다. 긴 대신에 다행히도 걷기 좋은 완만한 흙길이다. 여름 산행의 불청객인 날벌레들이 오늘도 친구하자며 끝까지 달라붙는다. 여간 성가시지 않다. 산을 내려오니 오후 3시 30분이다. 11시에 산에 들었으니 종주하는데 4시간 30분이 걸렸다.


양수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오다. 오랜만의 나 홀로 산행이었다.


* 산행 경로; 국수역 - 형제봉 - 부용산 - 양수역

* 산행 시간; 4시간 30분(11:00 - 15:30)

* 산행 길이; 약 12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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