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고향집에 머물렀다.
외할머니는 확연히 기력이 쇠약해지셨다. 하루에 겨우 물 몇 모금 드시며 종잇장 같은 몸을 지탱하신다. 피골이 상접하다는 표현이 무엇을 말하는지 외할머니의 몸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로 가는 길이 왜 이리 험할꼬." 어머니는 자꾸 탄식하신다.
외할머니는 참으로깔끔하신 분이셨는데 이젠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일어나 앉지도 못하신다. 대소변도 그냥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 슬프다. 이럴 때는 차라리 정신을 놓으신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이승에서의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이 힘겹고 고통스럽다.
아내는 사촌과 함께 외할머니에게 대세를 드리고 성당 교적부에 등록했다.
이날 주일 말씀은 요한복음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이었다. 예수님을 따라 나선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 식구가 되는 공동체의 경험을 체험한 이야기다. 음식을 준비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지만 적은 것이나마같이 나눔으로써 함께 사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이 이야기는 결국 지금 우리 시대 현실에 필요한 모델이며 과제일 것이다.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고 들에 나가 일을 해야 한다. 아침, 저녁에는 어머니를 따라 밭에 나가 일을 도왔다. 나는 밭둑의 풀을 깎고 산소의 풀을 벌초했다. 예초기와 낫을 쓰는 동작이 익숙하지 않아서였는지 손목과 허리는 아직도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한 날은 고모 생신에 참석했고,한 날은 배론에서 신부님을 찾아 뵈었다. 무척 바쁘게 움직였던 나흘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은 많이 울적했다. 살면서 가졌던 그 많은 꿈과 기대와 희망들, 그 모든 것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또한 미지의 땅, 그곳에 이르는 마지막 통과의례는 지난하기만 하다. 울면서 태어나 고통 속에 삶을 마감해야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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