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부처님과 만나다. 천진난만한 미소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부처님이시다. '백제의 미소'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서산마애삼존불(瑞山磨崖三尊佛)이다.
서산시 운산면 가야산 계곡의 돌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눈 앞에 바위 절벽이 나타나고아랫부분에 불상 셋이 조각되어 있다. 가운데가 여래입상이고 좌우에 보살입상과 반가사유상이 있는데 세 분의 미소가 정말 걸작이다. 무엇이 좋으셔서 저리 맑고 곱게 웃으실까? 바라보는 중생의 마음도 덩달아 환해지고 평화로워진다.
큰 절의 법당에 모셔진 으리으리한 불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친근감이 드는 부처님이시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모든 것은 저 미소 속에 다 들어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자리도 역시 저 미소가 아닐까.
전에는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전각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때 부처님은 많이 답답하셨을 것 같다. 비록 비바람을 맞긴 하지만 따스한 햇살과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할 수 있으니 부처님도 지금 상태를 훨씬 더 좋아하실 것이다. 그리고 바위 절벽을 비롯한 주변 환경과 자연스레 어우러져야 부처님의 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생각된다.
젊었을 때는 크고 화려한 것에 매혹되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작고 소박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석굴암보다는 이런 부처님이 좋고, 신라보다는 백제 정신에 더 호감이 간다. 거창한 호국불교가 아니라 세련되지는 못했어도 민중의 소박한 염원이 새겨진 불상, 비록 그것이 기복신앙일지라도 왠지 따스하게 껴안아주고픈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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