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27.3217일로 똑 같다. 그래서 늘 같은 면만 지구를 향한다. 달 뒷면은 1959년에 소련 우주선에 의해 최초로 촬영되었다. 학교에서 달의 공전과 자전주기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걸 처음 배웠을 때는 무척 신기했다. 우연이라면 너무 기묘한 우연이었다.
그러나 태양계에 있는 대부분의 위성이 달과 마찬가지로 공전과 자전주기가 같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고 조금은 허탈했다.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과학의 원리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성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일치하는 이유는 행성과 위성 사이의 조석력 때문이라고 한다.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힘이다. 지구의 인력이 달에 영향을 미쳐서 빠른 자전은 느리게 하고, 느린 자전은 빠르게 해서 결국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완전히 이해된 것은 아니다. 이런 현상은 태양과 행성 사이에도 일어나야 할 것이다. 지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는 365일과 1일로 엄청나게 다르다. 둘 사이에는 조석력의 영향이 작아서 그럴 수 있다고 쳐도 태양과 수성의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수성을 보면 공전주기가 87.97일, 자전주기는 58.65일이다. 차이가 많이 난다. 앞으로 수성의 자전주기는 점점 길어져 나중에는 공전주기와 같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아주 먼 미래겠지만 지구의 자전이 점점 느려져 지구도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지구의 한 쪽 면만 태양을 향하게 될 것이고, 반대쪽은 늘 밤이 계속될 것이다. 앞면은 온도가 뜨겁게 오르게 되고, 뒷면은 꽁꽁 얼어붙는다. 한쪽 바다는 펄펄 끓고 다른쪽은 극한지대가 된다. 아마 인간이 생활하는 영역은 낮과 밤의 경계 쯤으로 제한될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큰 온도 차이로 인해 앞면과 뒷면은 엄청난 기압차가 생기고, 이로 인한 대류 현상으로 지상에는 뒷면에서 앞면으로 강력한 바람이 불게 된다. 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세기로 지상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린다. 태풍은 소꿉장난 수준밖에 안 된다. 산이 깎이고 바위까지 날라간다. 인간이 그때까지 생존해 있다면 지하로 도망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구의 기후는 단순해지고 당연히 사계절도 나타나지 않는다. 앞면 바다에서는 뜨거운 열로 엄청난 수증기가 증발해서 구름을 만들고, 이 구름은 바람을 타고 뒷면으로 날아가 눈이 되어 내린다. 눈은 녹을 줄 모르고 끝없이 쌓이기만 한다. 지각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요동칠 것이다. 지구를 멀리서 보면 끊임없이 요동치는 구름의 띠로만 보일 것이다. 지구는 극한 상황이 공존하는 폭풍의 행성이 된다. 지금처럼 빠른 자전주기가 고맙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차이 하나로 행성의 환경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NASA에서 발표한 달 뒷면 사진이다. 우주선이 부분적으로 찍은 걸 합성해서 만들었다. 앞면과 다른 건 유난히 크레이터가 많다는 점이다. 지구 인력으로 끌려오는 물체들이 당연히 뒷면을 더 많이 때릴 것이다. 천체든 인간이든 보이지 않는 이면은 상처 투성이다. 달 뒷면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상상에 빠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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