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 있는 금강산 건봉사(乾鳳寺)는 신라 법흥왕 7년(520년)에 아도(阿道) 화상이 창건한 고찰이다. 조선 시대 때는 전국 4대 사찰의 하나로 규모가 컸으며,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킨 호국 도량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전쟁 중 남북 간 치열했던 공방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부터 복원이 시작되고 있다.
건봉사 불이문(不二門) 옆에 5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끔찍했던 병화(兵火)를 이기고 살아남았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전쟁 전 766칸에 달했다는 건물이 모두 소실되었는데 유일하게 불이문과 이 팽나무만 살아남았다.
수백 년을 살아가는 고목을 보면 뭔가 신령한 기운이 도와주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수없는 천재지변에 견뎌내지 못한다. 이 나무도 마찬가지다. 건봉사 팽나무는 높이가 15m, 줄기 둘레가 4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