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칼봉에 오르다

샌. 2008. 12. 1. 10:48



히말라야 트레킹 연습산행으로 경기도 가평에 있는 칼봉(900m)에 올랐다.열두 명의 팀원 중 일곱이 참가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용추계곡의 비포장길을 한참을 차로 올라간 후 아홉 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날씨는 맑고 전날의 칼바람도 잦아들었다. 그러나 칼봉의 산길은 무척 가팔랐다. 땀이 나서 입고 간 겨울옷을 전부 벗어야했다.

 

산 중턱부터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위쪽에는 발목이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다. 지난 달에 서울에서도 공식적으로 첫눈이 내렸다지만 제대로 된 눈을 구경하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눈 속에 빠질 정도로 눈이 많았다. 역시 깊고 높은 산은 달랐다. 맨 앞에서 장 대장은 스패츠를 착용하고 길을 열어 나갔고, 우리들은 앞에 찍힌 자국에 발맞추기하며 뒤를 따랐다.

 

눈길에서는 맨땅일 때보다 몇 배나 더 힘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예정된 시간이 초과되니 선두 그룹의 발걸음이 자꾸 빨라졌다. 힘들게 칼봉 정상에 서니 사방으로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 연인산이 있고, 운악산, 용문산 등이 멀리에 보였다. 산 능선들이 만드는 실루엣이 멋있었다.

 



원래 계획은 칼봉에서 다시 매봉을 오른 후 원점회귀하려고 했으나 해 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 할 것 같았다. 눈 쌓인 겨울산의 위험도 있어서 회목고개에서 점심을 먹은 뒤바로 하산했다. 예정보다 1/3로 길이가 단축되었지만, 그래도 여섯 시간이나 걸린 산행이었다.

 

이번 산행에서는 새로 산 장비 덕을 톡톡히 보았다. 특히 고어텍스로 된 등산화가 무척 편한데다 습기가 차단되어 좋았다. 안전을 고려한다면 값이 비싸더라도 질 좋은 제품을 마련한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스틱의 중요함을 직접 경험했다. 특히 내리막 눈길에서 스틱이 없었더라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용추계곡은 겨울이라 약간 썰렁했다. 그러나 여름에는 물이 풍부하고 맑으며 경치가 좋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연인산도 이 계곡을 따라 올라갈 수 있다. 내년 봄에는 얼레지가 장관이라는 연인산의 봄꽃을 보러 가고 싶다.

 



내려가는 길 옆에폐교된내곡분교가 있었다.예전에 여기에는 화전민들이 많이 살았는데 내곡분교는 그 자녀들을 위한 학교였다고 한다. 학교는 언제 폐교 되었는지 시멘트 벽만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고 운동장은 돌과 잡초가 무성해졌다. 건물벽에 아직도 남아 있는 '참다운 새 한국인 되자. 유신과업 수행에 앞장 서자.'라는70 년대의 표어를 보며 더욱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산 능선을 따라 자라는 나무들은어쩌면 저렇게 가위로 베어낸 듯 가지런하게 키를 맞추며 자랄까? 수종이 달라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가 빨리 크지도 않고 뒤쳐지지도 않으며 나란히 키를 맞추고 살아가는 풍경이눈물겹게 아름답다. 반면에 인간 세상은 서로먼저 앞서가고 많이 가지려 싸움박질하다가 결국은 모두가 공멸하고 만다. 요사이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경제 위기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

 

주차한 곳으로 내려오니 15:30이 되었다. 길을 단축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만약 계획대로 일정을 강행했다면 눈 쌓인 어두운 산길에서 무척 고생을 했을 것이다. 서울로 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트레킹에 관한 많은 조언을 들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내 인생에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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