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과 예봉산에 올랐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였다. 벌써 12 월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한 번의 추위를 제외하고는 봄처럼 따스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는 아마 '겨울답지 않게'라는 표현도 사라질지 모른다. 아니면 '겨울답지 않게 추웠다'라는 낯선 표현이 등장할지도...
예봉산은 서울 근교에 있는 산으로 처음 그 이름을 듣는 사람은 '날카로울 예'[銳]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예절 예'자를 쓰는 예봉산(禮峯山)이다. 산은 이름대로 부드럽고 넉넉하다. 경사가 완만해서 오르기도 그다지 힘들지 않고, 흙산이라 길은 부드럽다. 높이도 683 m로 가벼운 등산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일행은 승용차로 팔당역까지 가서 계곡을 따라 올랐다. 나는 여러 번 예봉산에 올랐지만 계곡길로 오르기는 처음이었다. 아담한 계곡이 산 중턱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봄이면 여기에도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날 것 같았다. 내년 초봄에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다.
일행은 벚나무 쉼터를 향해 오르고 있다. 낙엽 떨어진 산길은 폭신하고 따뜻했다. 그러나 오르막길에서는 선두와 후미간에 거리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앞에 가는 사람들은 거북이 등산이라며 놀리며 재촉하는데 뒤쳐지는 사람따라 천천히 오르는 맛도 괜찮았다.
예봉산은 이렇게 넉넉한 모습이다. 마치 푸근한 아주머니가 편히 쉬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산이라도 걷는 길이나 보는 방향에 따라 인상이 다를 수 있다. 이번 산행에서는 예봉산의 또 다른 면을 보았다.
산에 올랐을 때 제일 멋진 풍경은 멀리 있는 산들 능선이 겹쳐 보이는 풍경이다. 산들은 농도가 다른 회색을 띄는데멀리 있을수록 더 밝고 빛나 보인다. 저 선이야말로 하늘과 땅이 만나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곡선이다.
시야가 흐렸지만 발 아래로는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날씨가 맑았다면 서울 시내 뿐만 아니라 멀리 서해까지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산하는 도중에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강 건너가 하남시다.
직장 등산회 모임을 따라서는 이번에 처음 참가했다. 손목에 엘보가 와서 테니스를 못 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테니스 운동이 몸에 무리가 되는 느낌이 있다. 곱게 치면 상관 없을 것 같지만 시합을 하다 보면 무리가 따라서 문제다. 앞으로는 테니스보다는 체력에 맞는 탁구나 등산으로 운동을 바꿀 필요성을 느낀다.
* 산행 시간 ; 13:00 - 17:00
* 산행 경로 ; 팔당역 - 계곡길 - 벚나무 쉼터 - 예봉산 - 철문봉 - 능선길 - 철문봉 입구 - 팔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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