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41]

샌. 2008. 10. 3. 08:56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그물을 못에 감추고

그것으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밤중에 힘 있는 자가 훔쳐 달아나 버릴 줄은

어리석은 자는 알 리 없다.

크고 작은 것을 감추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지만

오히려 달아날 곳이 있다.

만약 천하를 그 천하 속에 감춘다면

훔쳐 달아날 데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사물의 항구적인 큰 이치인 것이다.

 

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 負之而走

昧者不知也

藏大小有宜

猶有所遯

若夫藏天下於天下

而不得所遯

是恒物之大情夜

 

- 大宗師 3

 

내 것, 내 마음에 경계를 짓고 지키려고 할 수록 잃어버리게 된다. 세상에는 더 힘 있는 자가 있는 법이다. 차라리 모든 경계를 허물고 천하를 내 것으로 한다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게 된다. 예를 들어 건강을 잃을까, 목숨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기보다는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본다면 여기에 속하든 저기에 속하든 별로 괘념치 않는다. 그것이 장자가 천하를 천하 속에 감춘다는 의미가 아닐까?

 

장자의 세계는 크다. 너무 커서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현실과 인간 본능의 집착에서 초월하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차라리 처세훈이 담긴 책을 읽는 것이 더 현실적인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그 경지에 이르고 못 이르고를 떠나서장자 같은 큰 담론을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그런 세계가 있다는 장자의 지적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좁쌀 같은 내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아둥바둥대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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